정부가 구체적 위치와 공급 규모 등을 담은 추가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 시내 어느 유휴(遊休)부지가 포함될지 관심이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이달 중순쯤 서울 지역을 포함한 추가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 서울 시내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부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에는 신도시로 개발할 만한 대규모 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주택공급추진본부 현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 유휴 부지와 노후 청사를 중심으로 (추가 공급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급이 한꺼번에 ‘짠’하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계속 서울·수도권을 뒤져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서울 주택 분양 물량은 기근 수준이다. 국토부 월간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분양이 단 한 건도 없는 달은 2·4·11월 석 달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 2025년 서울 주택 분양물량 누적치는 1만2219호로 전년 동기(2만6084호)보다 53.15%나 줄었다. 이런 현실에서 국토부가 유휴부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속도’ 때문이다. 유휴부지는 신규 택지처럼 보상과 원주민 이전 절차는 물론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를 하지 않아도 돼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또한 교통과 생활 인프라 등이 이미 갖춰진 도심 입지라 실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다.
서울 자치구가 파악한 유휴부지 대상지로는 군 골프장인 노원구 태릉CC(82만㎡)를 비롯해 서초구 국립외교원(8340㎡) 및 서울지방조달청(3만1760㎡), 용산 캠프킴(4만6680㎡) 부지 등이 거론 중이다. 문제는 이들 부지가 지난 정부 때 이미 공급 대책 발표에 포함됐다가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된 곳들이다.
태릉CC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4 공급 대책의 핵심 부지였다. 당시 정부는 태릉CC등 신규 택지를 발굴해 수도권에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태릉CC가 3분의 1가량인 1만호를 차지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노원구 일대에서는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주민들은 교통 혼잡과 생활 환경 악화를 우려했고, 태릉·강릉 세계문화유산 인접 지역이라는 점이 더해지며 6800가구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주민 반발 등에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서초구 국립외교원, 서울지방조달청 유휴부지는 입지 자체가 상징적이다. 강남권에서 드물게 남은 국공유지여서다. 지하철역과도 가깝다. 서울지방조달청 유휴부지의 경우 지하철 3·7·9호선 3개 노선(고속터미널역)이 지나는 삼중 역세권이다. 8·4 공급 대책 때 각각 600가구, 1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발표됐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공공 임대주택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학군·집값 하락 우려가 터져 나왔다. 국공유지라 해도 인허가 권한은 지자체장에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에서는 집을 짓는 순간 정책이 아니라 정치가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미 계획이 발표된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물량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6000가구를 8000가구로 늘리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으나 정부는 8000+알파로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태릉CC 등 기존 유휴 부지가 인센티브 없이 또다시 추가 공급 대책에 포함될 경우 동력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주민 반대에 부딪힌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 정부와 서울시, 정부와 해당 지자체 간 실무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와 추가 부동산 공급대책과 관련해 실무자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자치구 역시 “언론을 통해 부지들이 거론은 되는데 정부, 서울시와 협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