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청(친정청래)세력과 반청(반정청래)세력의 격전이 예상되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보궐선거에서 김이 빠지고 있다. 11일 민주당은 최고위원 3명과 원내대표를 뽑는 지도부 보궐선거를 치른다.
정청래 대표와 가장 가까운 임오경 의원이 불출마한 데다 정 대표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던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이 지난 6일 최고위원 후보를 사퇴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김병기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정 대표와 청와대의 거리는 바짝 좁혀졌다. 김 전 원내대표와 접촉이 잦던 청와대 정무라인과 정 대표의 직접 소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5일 “한번 도전해 본다는 게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하자, 정 대표는 다음날 “대통령의 결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밀어줘야 한다”고 호응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반청 주자들이 파고들던 정 대표와 대통령실의 엇박자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석의 베프(베스트 프렌드)’로 불려 온 강득구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몇 위를 하느냐는 이번 보궐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강 의원은 청년 운동 시절부터 김민석 총리와 고락을 같이해 온 정치적 동지다. 강 의원은 지난 6일 KBS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 김민석 총리와의 관계 그리고 당에서 25년 정도 있으면서 큰 틀의 정무적 판단 그리고 당의 가치와 비전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당내에 파다하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강 의원이 선전하느냐를 보면 ‘김민석 대 정청래’ 맞대결의 기울기를 전망해 볼 수 있을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을 포함한 4명의 후보 중 생환하는 3명이 누구냐도 관심사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도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문정복·이성윤 의원은 ‘친청’, 스스로를 “찐명”이라고 부르면서 정 대표를 이따금씩 비판해 온 이건태 의원은 ‘반청’ 또는 ‘비청’으로 분류된다.
이성윤 의원은 당원 수가 많은 호남에 지역구(전북 전주시을)를 두고 있고, 검사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의 갈등 및 당선 후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으로 강성 지지층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직전까지 사무부총장을 역임한 문정복 의원은 보기 드문 여성 조직통으로 바닥 표가 만만찮을 수 있고, 이건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으로 ‘대통령과의 거리’는 후보 중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원내대표 선거는 4파전 혼전 양상이다. 출사표를 던진 박정·백혜련·진성준·한병도 의원 모두 투표권자인 의원들과 사이가 원만하고 모두 친명이라 강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가 원내대표 선거의 작은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진성준 의원이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대통령 인사권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솔직히 잘한 인사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의지”임 강조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대통령의 결정이 성공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밀어줘야 한다”는 정청래 대표의 현재 입장과는 맞서는 태도다. 다만 의원단 내엔 공개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진 의원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이 적지 않다.
반면 한병도 의원은 7일 MBC 라디오에서 “(이 후보자는) 대통령 인사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대통령 인사 스타일이 일을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청문 과정을 통해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