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미국 정부의 고위 공직자 사용설명서입니다. 이 설명서를 읽지 않아 생기는 고장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습니다.
1. 사용하기 전에 기본 사양부터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정부에서 고위급 공직자를 발탁하는 기준은 능력만이 아닙니다. 정부 조직을 망가뜨릴 위험성을 필사적으로 검증합니다. 미국식 인사 검증의 출발점은 “일을 잘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권력을 맡겨도 되는가”입니다.
2. 사용하기 공직 후보자로 선정되거나 이미 임명됐다고 해서 검증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동료들을 통해 ‘권력 사용 방식’과 ‘사람 존중 여부’를 확인합니다. 미국 역대 정부에 그 반면교사들이 있습니다. 다음 각 모드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①‘에릭 랜더’ 모드=에릭 랜더는 2021년 6월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장관급)으로 발탁됐습니다. 그러나 약 8개월 만에 자리를 내려놨습니다. 폴리티코 보도 등에 따르면, 그는 직원들에게 “너는 쓸모없다”는 취지로 소리 질렀습니다. 인사권과 높은 지위를 압박 수단으로 쓴 겁니다. 불법도 정책 실패도 없었지만, 문제는 권력 사용 방식이었습니다.
②‘로니 잭슨’ 모드=로니 잭슨은 2018년 4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됐지만, 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했습니다. 미 국방부 감찰관실 보고서는 백악관 주치의였던 그가 직원들에게 “맨 업(Man up)”, 그러니까 “사내답게 하라”고 고성을 지르면서 ‘유해한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고 적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방어하지 못했고, 지명은 철회됐습니다.
3. 관리하기 유사 사례에 특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부하 직원에게 “IQ가 한 자리냐” “너를 죽였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어떤 장관 후보 같은 인물 말입니다. 자녀 공항 픽업이나 자택 프린터 수리 등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까지 받는 3선 의원 출신의 바로 그 경제 전문가. 미국에서라면 대통령이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낙마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그는 아직 먼저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혹여 등 떠밀리듯 사퇴하는 상황이 된다면, 모범 답안 하나는 있습니다. 부하 직원을 모욕하는 언행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에릭 랜더 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사임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무실의 업무는 너무도 중요하며, 나로 인해 그 일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아마도 IQ가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 후보자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똑똑히 알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