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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까지 파헤쳤다…수도권 vs 지방 '쓰레기 전쟁'

중앙일보

2026.0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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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금천구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이 충남 업체의 암롤박스에 종량제 쓰레기를 넣고 있다. 천권필 기자
매일 80t(톤)의 생활쓰레기가 발생하는 서울 금천구는 요즘 쓰레기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초부터 충남·경기도에 있는 민간 폐기물 재활용업체 3곳과 계약을 맺고 쓰레기를 보냈는데, 이 중 2곳에 대해 충남도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며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6일 현장 점검을 해보니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쓰레기가 섞여 있다는 이유였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일단은 충남으로는 보내지 못하고, 경기도에 있는 업체 한 곳에서 전부 처리하고 있다”면서도 “계속 이렇게 하는 건 무리여서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쓰레기 떠안는 지역 전락” 충청 반발

폐기물 처리 업체 내에 서울 금천구 생활쓰레기(종량제봉투)가 다른 폐기물과 섞인채 쌓여있는 모습. 사진 충남도
올해 수도권 직매립 금지 조치 이후 ‘쓰레기 원정 소각’이 현실화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민간 소각장이 밀집한 충청 지역에서는 수도권 쓰레기 유입을 막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8일 “생활폐기물은 발생지 처리라는 대원칙이 있는데 수도권 쓰레기를 충북으로 가져온다는 건 옳지 않다”며 “법적 제재 장치가 부족하다면 법을 개정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공정한 세상’은 “소비와 편의만 누리는 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은 폐기물까지 떠안는 소모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충남도 역시 수도권 생활쓰레기 처리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업체 단속을 강화한다. 시·군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허가된 영업 대상 외 생활폐기물 반입 ▶소각장 과부하 운영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충북 몰리는 수도권 쓰레기…강남은 청주, 중구는 음성으로

충남에서 온 폐기물 트럭이 서울 금천구 생활쓰레기 적환장에서 쓰레기를 싣고 가는 모습. 천권필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직매립이 금지된 1일부터 6일까지 수도권 밖 민간시설에서 처리된 수도권 생활쓰레기는 800t이다. 전체 수도권 생활쓰레기 발생량의 1.8%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민간 소각장으로 가는 수도권 쓰레기가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공소각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수도권 매립지 역할이 대폭 축소되면서 민간 소각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전국에서 민간 소각장이 가장 밀집한 충북으로 수도권 쓰레기가 몰리고 있다. 충북 청주시내 민간 소각장 4곳 중 3곳이 서울 등 수도권 지자체와 생활폐기물 처리 위탁 계약을 체결했거나, 진행 중이다. A업체는 서울 강남구와 연간 2300t 규모의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을 맺었다. 인천 강화군과 경기 광명시도 연간 3200t과 1200t을 위탁 처리하는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잠정 계약 총량은 올해 기준 6700t이다. 서울 중구도 충북 음성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와 계약을 맺고 생활쓰레기 일부를 보내기로 했다.



매립지 수수료 인상 추진에 “민간 더 의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일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통합계량대 인근 도로가 비어 있는 모습(아래)과 시행 전인 지난달 22일 생활폐기물 반입 차량이 대기 중인 모습(위). 연합뉴스
예외적으로 직매립을 받아주기로 했던 수도권 매립지의 반입 수수료가 크게 오르는 것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인천시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를 목표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소각장을 정비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직매립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수수료가 오르면 민간 소각장으로 쓰레기가 더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공공소각장을 보유한 서울 강남구는 올해 대정비 기간에 생활쓰레기를 매립지 대신 충북 청주·충남 서산·대전 등의 민간 소각장 5곳으로 보내 처리할 방침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 간의 갈등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 방안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출구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음식물이 종량제 봉투에 섞여 들여온다고 해서 무작정 업체를 처벌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가까운 지역에서 생활쓰레기를 처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종량제 쓰레기를 한 번 더 선별해 재활용하는 등 생활쓰레기 소각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앞으로 수원소각장 등 공공소각장 대보수로 인해 더 많은 소각 쓰레기가 민간시장으로 나올 수 있다”며 “멈춰 있는 수도권 매립지의 SRF(고형연료) 종량제 전처리 시설을 재가동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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