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尹 100번은 바로잡으려 했다" 한동훈, 국힘 못 놓는 두 장면

중앙일보

2026.01.09 13:00 2026.01.09 13:2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정책적 면에서 나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달변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말을 멈추었다. 6초. 막힘 없던 말에 막힘이 생기니 팽팽해졌다. 그러다 느릿하게 말했다. “권력을 잘 쓰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권력을 잘못 쓰는 건 굉장히 쉬운 것 같다.” 그에게 “권력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보인 반응이었다.

8일 서울 상암동에서 그와 만났다. 보수 정치 얘기를 위해서였다. 그와 2023년 1월 만났으니 3년 만이었다. 당시 윤석열 정권 2인자였으나 윤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 계엄에 반대하다 ‘윤어게인’의 표적이 됐다. 이젠 강한 지지 못지않게 강한 비토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밀려날 처지이기도 하다. 그사이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은 더 지리멸렬해졌다.

3년 전 그는 확신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만 결이 달랐다.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열어놓은 듯했다. “유연성을 배워가고 있다”는 말도, 자신이 옳았더라도 상처받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스스로 ‘보수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왜 국민의힘을 안 떠난다고 얘기하냐면 정치적·정책적인 면에서 나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을 잘 못 봤다”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시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란 강한 확신과 이 과정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다. 그에게 오랜 미스터리일 윤 전 대통령부터 물었다.


Q : 권력을 만들어봤고 최고 권력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A : “권력을 만들어봤다는 건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문재인 정부 때 할 일을 하다가 탄압받은 공무원 정도다. 권력은 국민이 만든 거다. 시대정신이, 상황이 만들어낸 거다. 장관을 했고 여당 대표를 했으니 권력을 관찰한 건 맞다. 권력을 잘 쓰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권력을 잘 못 쓰는 건 굉장히 쉬운 것 같다. 윤 대통령을 봐도 그렇고 이재명 대통령을 봐도 그렇다.”

윤 전 대통령과는 공적 관계, 혈맹 아냐

Q : 윤 전 대통령이 원래 그런 사람이었나, 대통령이 되어서 바뀐 건가.
A : “사람의 전체를 알 수는 없었다. 나는 공적으로 같이 일한 사람이지, 사적·혈맹 관계가 아니다. 3특검이 ‘계엄을 막았다는 한동훈도 한통속’이란 그림을 원했는데 안 나왔다. 이런 건 느꼈다. 검찰총장이 밖에서 보면 권력처럼 보이지만 권력이 아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마구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권력을 잡았을 때 어떤 케미컬이 나오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기미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말할 순 있는데 결과론 아닌가. 권력을 잡는 건 극소수만 경험하는 아주 독특한 상황이다. 어떻게 되느냐 예측하긴 참 어려운 것 같다.”


Q : 유권자로서 난감한 일이다.
A : “우리가 윤 대통령에 대해 실제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들, 질문들에 어떻게, 어떤 태도로 반응하고 헤쳐나가는지 볼 기회가 없었다. (정치인에게) 그런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나는 요 몇 년간 별일을 다 겪고 있다. 나한테 실망하는 분도, ‘단단한데’ 하는 분도 있을 거고 이 과정에서 나도 좀 준비해가는 면도 있다. 윤 대통령이 그런 과정이 없었던 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심했기 때문에 그냥 쓰겠다고 국민이 결정한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역사였다고 생각한다.”


Q :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대표에 적의를 드러낼 정도로 피포위 의식을 느꼈다면, 한 전 대표가 적어도 인간적인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A : “(윤 전 대통령이) 피포위 됐다고 느끼는 게 타당한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했던 권력 운용이 잘못됐다는 부분은 거의 100% 국민이 동의하지 않나. 어떻게든 바로잡아보려고 굉장히 애를 썼는데 잘 안 됐다. 공개적으로 한 번이라면 비공개적으로 100번쯤 될 거다. 얼마 전 윤한홍 의원이 말했지만(“한 10분간 평생 살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욕을 다 들었다”) 점점 그 자체로 적의를 드러냈다. ‘김옥균 프로젝트’(당원게시판 논란 등 친윤계가 한 전 대표를 끌어내려고 기획했다는 프로젝트)니 하며 나를 공격했다. 외려 내가 포위됐다. 대통령 옆에서 탬버린을 치느냐 경종을 누르느냐의 문제였다. 나는 (경종) 그걸 선택하고, 감수한 거다.”


Q : 그로 인해 비토 그룹도 강고해졌다.
A :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나는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이나 유튜버들을 비판하지,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이분들이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분들은 설득이 대상이고 많이 설득했다고 생각한다. 당대표에서 쫓겨나올 때 ‘죽일 놈’처럼 된 상황이었다. 초반에 ‘피해 있어라’라는 분도 있었는데 난 회피하지 않았다. 명분이 충분히 있으면 깨지더라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냈고 대선 출마도 했다. 그 후에도 더 설득됐다고 생각한다. 장동혁 지도부조차 계엄을 사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일단 온 거 아닌가. 윤 대통령이 계엄으로 나라를 망쳤다면 이재명 정권은 계엄 빼고 나쁜 짓을 다 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 이게 가능한 게 민주당이 계엄 치트키(게임에서 비정상적 우위를 얻는 속임수 명령어)를 가지고 있어서다. ‘너희 계엄 했다’가 전가의 보도처럼 먹힌다. 우리 지지층, 국민은 이걸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한다.”

2024년 12월 한동훈 당시 대표가 당대표 사퇴 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Q : 그래서 지난해 말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내야 할 때’라고 했나.
A : “6개월간 장동혁 대표 체제를 비판한 적이 없다. 당대표 경선 이후 무조건 이재명 정권하고만 싸웠다. (당내 갈등을 두고) 얼굴 맞대고 네가 옳으냐 마냐 토론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정적 문제이고 생각·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다. 시간이 걸리면 달라지겠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이럴 땐 공통의 목표가 있으면 팔랑크스(Phalanx·고대 그리스 보병의 밀집 대형)처럼 어깨를 맞대고 싸우는 과정에서 감정적 문제가 나름 휘발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에서 민주당과 싸우고 있는 나를 데려다가 자기들과 싸우는 구도를 만들고 싶어하는데 좀 안타깝다.”

당원게시판(당게) 논란인데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당 측에선 특히 거친 험구를 한 전 대표의 장인이 썼다고 했으나 한 전 대표는 9일 “동명이인 한동훈의 게시물”이라며 허위사실 적시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Q : 한 전 대표가 논란을 진작에 설명하고 털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A : “윤 대통령이 마지막 독대에서 ‘당게를 너무 험하게 하지 말라고 얘기했었다’고 했다. 일종의 생색내는 말이었는데 자신이 시켰다는 얘기이지 않나. 당게는 당에서 익명을 보장해준 게시판이다. 그걸 공개하는 선례는 대단히 나쁜 거다. 그래서 대응을 안 했던 건데 당에서 공개하니 설명을 안 할 수 있나.”


Q :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한다면.
A : “결정하면 그때 생각하겠다. 공당으로서 당의 저력을 믿는다. 허위 공소장 같은 거로 하겠다 ?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Q : 국민의힘을 고쳐 쓸 수 있다고 보나.
A : “우리는 양당제 국가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 국민의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당을 사랑한다는 건 두 장면으로 말할 수 있다. 계엄 때 이걸 막지 못하면 이 당이 절멸한다고 생각했다. 야밤에 한덕수로 후보 바꿔치기 사태가 났었을 때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 이 당을 지키고 이 당을 통해서 좋은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닌가. 보수는 문제가 없다. 일부 보수 정치인이 문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당원들은 문제가 없다.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문제다.”

비토 그룹 열심히 설득 중요즘 유연해져

Q : 극단적 보수 유튜버를 극단적인 상업세력, 상업적 극단주의세력이라고 비판한다.
A :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는 발언을 강력하게 해버리면서 이들이 (정치의) A급 테이블의 한구석을 차지했다. 그 여파를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뭐라고 (고언)하면 ‘중·조·동은 카르텔이야. 고성국을 봐’하며 링크를 보냈다. 대통령을 망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그 사람을 입당시켰다. 장동혁 대표가 계엄 사과라는 말은 하긴 했지만 ‘윤어게인’과 절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 때문에 중도 보수나 상식적이고 온건한 보수들이 우리 옆에 서지 않는다. 고성국·장예찬·박민영·김민수 이런 사람이 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오도되니 이쪽으로 안 온다.”


Q : 당내에서 오랜 싸움을 하게 될 듯하다.
A : “역사를 볼 때 중요한 개선이 있었을 때 그걸 한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조심하려곤 한다. 선의로 일하는 건 맞지만 능력 부족이나 판단 미스, 나도 인간인데 감정 이런 게 있을 게 아니냐, 많이 들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60, 70% 정도의 확신인데 신뢰할 만한 분들의 반대가 많다, 그러면 접는다. 몇 년 전하고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많이 유연해지려고 하고 있고 많이 유연해졌다.”

그에게 6·3 선거 도전을 물었더니 “가다 보면 협곡을 만날 수 있고 개울·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때그때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곤 이렇게 말을 맺었다.

“오늘 우리 당 얘기만 했지만 이재명 정권 정말 심각하다. 시스템을 망가뜨리면 국민이 그만큼 고통을 받는다. 주가 계속 얘기하지만 주가보다 물가다. 지지율 얘기하지만 지지율보다 환율이다. 어려움은 커질 것이다. 정치인은 도구다. 우리가 도구로서 싸우는데, 작은 차이는 극복할 수 있다. 과거 윤어게인 하고 계엄 옹호 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이었다고 절대 같이 못 한다 ? 아니다. 지금 그 부분을 주장하지 않는 분이라면 얼마든 같이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너무 폭주하고 있다. 그럼 막아야 하지 않나.”





고정애.신수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