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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샤오미 셀카' 즉석 제안했다…李 '외교 쇼맨십' 화제

중앙일보

2026.01.09 15:00 2026.01.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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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김혜경 여사가 5일 오후 베이징(北京市) 인민대회당에서 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이재명 대통령은 두 시간 가량의 국빈 만찬이 마무리될 무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에게 ‘휴대전화 셀카’를 즉석에서 제안했다. 이 대통령의 손엔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샤오미 휴대전화가 쥐어져 있었다. 당시 이 대통령이 “통신 보안은 잘 됩니까”라고 농담을 건넸고, 시 주석은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라”고 응수해 화제가 됐던 그 휴대전화였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이를 이 대통령 특유의 준비성과 즉흥성이 결합된 장면으로 꼽는다. 이 대통령은 선물로 받은 샤오미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이번 방중 때 직접 챙겨가 즉석에서 촬영을 제안했다. 여권 관계자는 “즉석 셀카는 한국 의전팀의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이 대통령의 즉석 이벤트”라며 “의전라인에서는 이 대통령이 샤오미 휴대전화를 만찬장에 들고 갔는지도 몰랐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셀카는 이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의 실시간 검색어 6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의전 업무에 밝은 한 정부 소식통은 “이 대통령은 의전의 틀에 갇히지 않을 뿐 아니라 의전 자체를 스스로 체화한 사람 같다”며 “현장에서 상대방을 면밀히 살피고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드는 ‘눈치’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 칠레 양자회담에 앞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가브리엘 보리치 폰트 칠레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 APEC 정상회의장에서 한-칠레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의 쇼맨십은 이전에도 외교 무대에서 종종 포착됐다.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열린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현장이 대표적이다. 회담 시작 5분 전, 이 대통령은 대기실에서 갑자기 넥타이를 풀었다. 외교부가 제공한 두꺼운 의전 브리핑 책자 중 “보리치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짤막한 보고를 확인한 뒤 즉석에서 “까짓것 저도 안 매죠”라며 드레스 코드를 보리치 대통령에게 맞춘 것이다. 그러자 이 대통령의 참모들은 “우리도 다 같이 풀어야 하냐”며 우왕좌왕하다가 넥타이를 맨 채 회담에 임했다고 한다.

실제 1986년생인 보리치 대통령은 팔뚝엔 문신을 하고, 공식 석상에서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등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 대통령의 이런 ‘맞춤형 드레스 코드’를 인지한 보리치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APEC에 참석한 수많은 정상 중 이 대통령과 나만 넥타이를 안 맨 것 같다”며 환한 미소로 유대감을 표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때도 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이어졌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때 함께 자리한 상대 통역관에게 대뜸 “고려대 나오셨죠?”라며 아는 척을 한 것이다. 통역사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칫 딱딱할 수 있었던 회담장 분위기도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고 한다. 이 역시 외교부 의전 책자에 적힌 통역사의 이력 중 ‘한국 유학(고려대)’이라는 단 한 줄의 정보를 이 대통령이 꼼꼼히 살핀 결과였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 도서관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임기응변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소프트 파워’ 외교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정상외교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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