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교단의 2인자이자 한학자 총재의 신임을 받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 등을 돌린 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캄보디아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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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매각 후 캄보디아 사업하자” 요구
11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윤 전 본부장의 최측근 A씨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캄보디아 사업 추진 전권을 한 총재에게 요구했다. A씨는 앞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에게 용평리조트 등 통일교 자산을 매각하고, 캄보디아 사업 권한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며 “전권을 주지 않으면 물러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총재가 이를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 총재는 용평리조트 매각 요구 등을 거절했다고 한다. 통일교의 주요 자산이었던 데다 캄보디아 사업을 진행할 경우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와 별개로 사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리조트 매각은 거절하고, 아베 사건(2022년 7월)으로 일본 헌금 조달도 어려워지면서 캄보디아 사업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의 사직은 2023년 5월 9일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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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추진하던 MPP 프로젝트
윤 전 본부장이 추진하려던 사업은 ‘MPP(메콩 피스 파크) 프로젝트’로 불리는 캄보디아 개발 사업이다. 캄보디아 측은 윤 전 본부장에게 사업비와 원주민 이주비 명목으로 6억5000만 달러(약 9500억원)를 요구했는데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용평리조트 매각까지 건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메콩강 인근 부지 개발과 카지노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는 결국 현실화하지 못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한 김건희 여사 청탁 수사를 본류로 하던 서울남부지검과 김건희 특검팀은 MPP 프로젝트의 목적을 윤 전 본부장의 사익 추구로 판단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확보한 자료와 진술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2월 캄보디아 사업을 위해 10만 달러를 주고 여권과 시민권을 얻고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는 등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내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후에도 캄보디아 사업을 이어가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24년 3월엔 지인에게 “해외 투자로 지분을 가져보겠냐. 내가 SPC를 준비할 건데 사적으론 못 들어간다”고 한다. 2024년 7월엔 캄보디아 인사 등과 함께 MPP 프로젝트와 관련한 화상회의를 진행하거나 다른 통일교 관계자와 캄보디아 카지노 설립 논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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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변심에 통일교 비리 수면으로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의 균열은 통일교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가 됐다.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검팀 조사에서도 통일교가 자신의 개인 일탈로 몰아가자 “교단 차원의 활동이었다”며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에 대한 금품 제공 진술도 이 같은 과정서 나왔다.
반면 통일교는 윤 전 본부장이 교단 자산 매각을 종용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해온 만큼 정치권 청탁 등도 개인 일탈의 연장이라는 입장이다. 한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도 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통일교 의혹을 수사할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에서도 통일교 1인자 한 총재와 전 2인자 윤 전 본부장의 엇갈린 진술이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캄보디아 사업 진행에 대해선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던 만큼 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