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한국 축구 대표팀이 8강에 올랐지만 내용과 과정에서 모두 씁쓸함을 남겼다. 일본 등 경쟁국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겨냥해 나이 어린 선수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성과까지 거두고 있어 한층 우려가 크다.
한국은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2로 완패했다. 앞선 2경기에서 이란과 득점 없이 비기고, 레바논을 4-2로 눌러 1승1무를 거뒀던 한국은 1승1무1패로 C조 2위에 그쳤다. 8강 진출도 자력은 아니었다. 같은 조 레바논이 이란을 잡아준 덕분에 한국은 극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만약 이란이 승리했다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뻔했다.
0-2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졸전이었다. 경기 점유율에서는 68%로 앞섰지만, 슈팅 수에서는 4-9로 밀렸다. 한국은 전반에는 유효 슈팅이 없었고, 후반에도 단 한 차례 정도 상대 골대를 위협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8강 진출을 당했다'는 자조가 터져 나왔다.
패배의 충격은 상대 전력과 나이를 고려하면 더 컸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대회에 21세 이하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2005년생이었으며, 2006년과 2007년생까지 포함된 젊은 팀이다. 반면 한국은 22~23세인 2003년과 2004년생이 중심이었다. 21세 이하는 2005년생 3명과 2006년생 2명 등 5명이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두 살이나 어린 상대로 2골이나 뒤졌는데선수들이 몸싸움하는 모습이나 움직임은 축구 선수 출신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21세 이하 대표팀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A조의 일본은 시리아(5-0), 아랍에미리트(UAE, 3-0), 카타르(2-0승)을 연파하며 조 1위로 가볍게 8강에 올랐다. 3경기 동안 10골을 넣고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한 단계 높은 기량을 뽐냈다. 2승으로 이미 8강 진출을 확정 짓고 치른 카타르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주축 선수를 벤치에 앉히고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낙승했다. 일본은 2028년 LA 올림픽을 바라보면서 21세 이하 선수로만 구성해 조직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이 2년 후 올림픽에 출전하는 23세 이하 대표팀이 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돌풍도 눈길을 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요르단을 2-0으로 꺾은 데 이어 키르기즈스탄에 2-1로 이겼고 개최국 사우디까지 1-0으로 잡으며 3전 전승을 거뒀다. 5득점 1실점이라는 안정적인 성적이다. 중국도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꺾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다.
일본이 독주하는 가운데 다른 아시아 국가의 축구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한국 축구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젠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팀도 더는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거다.
이민성 감독은 경기 후 “완패”라며 “(우리 팀에) 강점이라고 얘기할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내가 전술적으로 미스를 한 것 같다. 선수들도 베스트 멤버를 짜는 상황에서 좀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준비해서 잘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18일 D조 1위와 8강전을 치른다. 4강에 오르면 일본-요르단전 승자와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