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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다 태우는 격" 비명 터졌다…'푸른 베이징' 역풍 덮친 이곳

중앙일보

2026.01.15 23:28 202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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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난방 설비를 설치하는 농민들. 중국 연조만보 캡처
“너무 비싸서 난방할 수가 없어요. 하루에 70위안(약 1만5000원) 정도나 들어요!”

중국 허베이(河北) 성자좡(賈莊) 촌에 사는 한 농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이곳의 수은주는 영하 5도까지 떨어졌다. 그는 “집안에서도 옷을 두껍게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나마도 아이들이 없을 땐 난방을 켜지도 않는다”며 한숨 쉬었다. 그의 곁에 놓인 실내 온도계는 영상 13도를 가리켰다.

중국 허베이성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인구 7378만 명(2024년 기준)의 허베이는 수도 베이징(北京)을 사방으로 둘러싼 지역이다. 점점 높아지는 난방비에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베이징의 푸른 하늘’에 있다. 허베이성은 2017년부터 석탄 연료를 줄이고 가스 난방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고지도자들이 몰린 베이징의 공기 질을 위해서다. 환경보호라는 표어에 반대할 이는 없겠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가스 난방은 석탄 연료보다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바오딩(保定)시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쿵쉬안(孔軒)은 “겨울 난방비로 최대 5천 위안(약 106만원)이 드는데 한 해 동안 농사로 번 돈을 다 퍼부어야 할 정도다”고 말했다. 중국 농민일보에 따르면 허베이 농가의 연 소득은 2만 위안(약 423만 원)에 못 미친다.

인근 대도시인 베이징과 톈진(天津)보다 비싸다는 점도 문제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 농촌 지역 가정이 지불하는 가스 가격은 ㎥당 2.61위안(약 552원), 톈진(天津)은 2.86위안(약 605원)이다. 허베이성의 3.15위안(약 666원)에 훨씬 밑돈다. 허베이성정부가 ㎥당 1위안씩 책정하던 보조금도 지급 기간 3년이 만료되자 곧바로 끊겼다. 시·군 단위로 지급하던 보조금도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 펑황경제는 “허베이 농민들에게 난방이란 돈을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석탄을 쓸 수도 없다. 일부 농민들은 “무인기가 마을 주변을 순찰하며 연기가 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토로했다. 인근 야산에서 땔감을 가져오는 것도 금지된 지 오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스 난방을 사용하든지 몸으로 때워야 하는 형편이다. 관영 매체들까지 나서 ”허베이 농민 난방 문제 해결은 더 미룰 수 없다”며 이례적인 비판에 나선 이유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한 농가 모습. 싱가포르 연합조보 캡처
이런 가운데 최근 베이징시 발표 역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공기 질 지수가 좋았던 날이 311일로 전년보다 21일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기 질이 ‘심각’을 기록한 건 단 하루뿐이고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도 10년 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베이징시는 “푸른 하늘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개선을 지속해 이러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허베이가 앞서 코로나19 당시엔 베이징으로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벽’이 됐고 2023년 대규모 물난리 때도 베이징으로 가는 물길을 돌려 피해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온라인상에서 ‘비용은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면서 “허베이가 희생하는 건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도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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