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이 유연한 인력 운용을 이유로 프리랜서를 사실상 근로자처럼 사용해 온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근로감독 결과 프리랜서 3명 중 1명꼴로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지상파 방송사 KBS·SBS와 종합편성채널 4곳(채널A·JTBC·TV조선·MBN) 등 주요 방송사 6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프리랜서 663명 가운데 216명(32.6%)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근로계약 체결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독은 방송업계의 고질적인 인력 운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된 MBC를 제외하고, 시사·보도본부를 중심으로 PD·작가 등 프리랜서 직종을 집중 점검했다.
방송사별로 보면 KBS는 18개 직종 프리랜서 212명 중 7개 직종 58명, SBS는 14개 직종 175명 중 2개 직종 27명이 근로자로 판단됐다. 이들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업무위탁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메인 PD 등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규직과 동일한 방식으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이 같은 근무 형태를 독립된 사업자가 아닌 근로 제공 관계로 판단했다. 특히 막내작가의 경우 2021년 근로자성이 이미 인정됐음에도 KBS가 6명을 여전히 프리랜서로 채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같은 CG 업무라도 방송사별로 판단은 엇갈렸다. KBS의 CG 프리랜서는 정규직의 업무 지휘를 받으며 근무시간과 장소가 고정되고 월 고정급을 받아 근로자성이 인정됐지만, SBS의 CG 프리랜서는 근무시간·장소 제약이 없고 작업 건당 보수를 받아 근로자성이 부인됐다.
이와 별도로 노동부는 KBS가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노동자 22명에게 복리후생비 167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해 시정을 지시했다. 익명 설문과 면담 과정에서는 괴롭힘·성희롱 피해 신고 절차의 불합리성도 확인돼 조직문화 개선 지침 마련을 권고했다.
종합편성채널 4곳에서도 프리랜서 276명 중 131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방송사별로는 채널A 42명, JTBC 17명, TV조선 23명, MBN 49명으로, 이들에 대해 이달 31일까지 직접 고용이나 자회사 고용, 파견계약 등의 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근로자로 인정된 직종에 대해 2년 이상 근무한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을 지도하고,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또한 올해 말 MBC를 포함해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추가 감독도 실시한다.
노동부는 동일한 법 위반이 재적발될 경우 즉각 사법처리하는 등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협력해 재허가 요건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도 논의하고, 방송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해 구조적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감독을 계기로 방송업계에 관행처럼 자리 잡은 프리랜서 오남용과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근절해 인력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번 감독의 계기가 된 고 오요안나 씨 사건과 관련해 실시된 MBC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시사·보도국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