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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까불면 다친다

중앙일보

2026.01.20 07:12 2026.01.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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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국제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돌려봤을 것이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붙잡는 과정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현지 정보원을 통해 수개월 전부터 마두로의 동선을 확보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마두로가 어디 있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는지, 반려견은 무엇인지까지 알아냈다”고 말했다.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 lute Resolve)란 이름에 걸맞게 작전은 전광석화였다. 미군 사이버 부대의 활약으로 대통령궁이 있는 카라카스 일대가 암흑에 빠졌다. 전파를 교란해 방공망을 흔들었다. 20여 곳에서 출격한 150대 이상의 항공기가 지상 목표물을 정밀 타격했다. 미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는 마두로 부부가 안전실로 몸을 피하기도 전 들이닥쳤다. WP는 “첫 폭발음이 들린 순간부터 문을 부수고 들어갈 때까지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작전이 성공한 뒤 백악관은 인스타그램에 ‘FAFO(F**k Around and Find Out)’란 짤막한 문구를 올렸다. 속어로 “까불면 다친다”는 뜻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 SNS에 올라온 ‘FAFO(까불면 다친다)’ 문구.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만 할 수 있는 경고는 아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이란에서 핵 과학자 9명과 군 고위 간부 30여명을 암살했다. 본토에서 16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수행한 작전이었다. 목표물 다수가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드론·미사일에 피습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공습에서 살아남은 군 고위 간부 집에서 자녀가 보는 TV 화면에 아버지 사진과 함께 암살 경고 메시지를 띄웠다.

아직은 엄포지만, 북한도 수시로 까불면 다친다고 경고를 날린다. 연초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략적 공격 수단의 상시 동원성과 치명성을 적수에게 부단히, 반복해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 억제력을 행사하는 데 중요하고 효과 있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말했다. 배를 곯아도, 무기는 만든다.

한국에선 연일 빗장 푸는 소리만 들린다. 강원도의 한 사단은 5일부터 위병소에서 총 대신 삼단봉으로 경계 근무하는 지침을 적용하려다 철회했다. “움직이면 쏜다!” 경계 구호가 기사회생했다. 최근엔 합동참모본부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판단 기준을 바꿔 “국군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기준선이 다를 경우 더 남쪽을 기준으로 하라”고 지침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래서야 까불면 다친다고 경고해도 누가 믿을지 모르겠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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