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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탈진영과 실용…문제는 실천이다

중앙일보

2026.01.21 07:34 2026.01.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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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혜훈 의혹, 결자해지하고 검증 시스템 개선해야



‘군축 회담’, 북핵 인정으로 악용될 우려 없나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제1의 국정 운영 원칙은 국민의 삶”이라며 “탈이념, 탈진영, 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우리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념과 지역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실용 노선을 거듭 강조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를 위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 지방 주도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등 다섯 가지 대전환 방향을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부동산 보유세 등 세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한 부동산 정책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거리를 두는 등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서도 실용적 입장을 피력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란 등 최근 부각된 쟁점들에 대해서도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논란을 정리해 줬다.

문제는 이런 실용주의를 담보할 실천에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의 많은 답변 가운데 몇 가지 부분은 지적할 부분이 있다. 이 대통령은 보수 진영에서 영입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인선 강행을 하지 않고 다시 국회에 청문회를 소집할 기회를 준 것은 다행이나, 대통령 스스로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하다”고 말한 이상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한 “보좌관한테 갑질을 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고 할 게 아니라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문제점이 없는지 시스템을 다시 되짚어 보겠다는 다짐을 했어야 옳았다.

이 대통령이 다시 밝힌 북핵 문제 해법에도 의문이 있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를 기다리며 현실을 외면한 결과 핵무기가 계속 자라고 있다”며 개발 중단에 이은 군축 협상을 거론했다. 비핵화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서 중간 단계로서의 군축 협상 구상을 밝혔지만, 자칫 군축 협상이 북한 핵을 인정하는 시발점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하는 것과 실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용과 현실을 강조하다 북핵 인정이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의 쟁점인 보완수사권과 관련, 이 대통령은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는 여당 강경파보다는 한결 유연하고 현실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여당 내부까지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합당한 개혁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통합에 진심이라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의 회담에 대해 “개별 정당과 대통령이 직거래하면 여의도 국회는 어떻게 되느냐”며 거리를 둘 이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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