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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빈교실이 초등 방학 돌봄터로...저출생 시대 경북도의 실험

중앙일보

2026.01.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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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무지개어린이집에서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만세를 하고 있다. 무지개어린이집은 경북도가 시행하는 '초등 방학 돌봄터'를 운영 중이다. 김정석 기자
지난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무지개어린이집. 한 교실에서 아이들 8명이 벽을 기어오르며 클라이밍을 하거나 장애물 통과 놀이를 즐기면서 뛰어놀고 있었다. 신난 아이들은 바닥을 구르고 서로 뒤엉키면서 왁자지껄 들뜬 모습이었다. 잠시 후 점심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다른 교실로 달려가 선생님이 나눠주는 점심을 받고 하하호호 떠들며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니기에는 조금 큰 몸집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방학을 맞은 지역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로, 부모가 직장에 나가 집을 비운 사이 어린이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일부 학생들은 학원으로 가고, 일부는 하원 시간까지 어린이집에 남아 있는다.



방학에 혼자인 ‘초딩’ 어린이집으로

초등학생들이 어린이집에 머물 수 있는 것은 경북도가 어린이집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운영하는 ‘초등 방학 돌봄터’ 덕분이다.

경북도는 돌봄 수요가 집중되는 방학 기간 지역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초등 방학 돌봄터를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3개 어린이집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올해는 무지개어린이집을 비롯한 경북 지역 31개 어린이집에서 254명의 초등학생을 돌보고 있다.
지난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무지개어린이집에서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무지개어린이집은 경북도가 시행하는 '초등 방학 돌봄터'를 운영 중이다. 김정석 기자
지난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무지개어린이집에서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장애물 통과 놀이를 하고 있다. 무지개어린이집은 경북도가 시행하는 '초등 방학 돌봄터'를 운영 중이다. 김정석 기자

이 정책은 방학 기간 어쩔 수 없이 집에 아이를 혼자 두거나 학원을 여러 곳 보내야만 했던 맞벌이 부부 또는 한부모 가정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 시범 운영에 참여했던 무지개어린이집 정은주 원장은 “과연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고 하면 참여할까 생각했는데 인기가 높아 놀랐다”며 “올해는 정원이 넘쳐 대기자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초등 방학 돌봄터는 학원을 보내기 어려운 오전 시간에도 운영하고 방학 기간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늘봄학교와 달리 점심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 조상민 팀장은 “학원 대부분이 오전엔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초등 방학 돌봄터가 인기 있는 이유는 안전하게 오전 시간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등 방학 돌봄터를 운영하는 어린이집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돌본다. 기초학습은 물론이고 간식·중식, 독서·창의놀이, 안전교육, 체육활동, 눈썰매장이나 워터파크 현장학습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원아 급감한 어린이집도 ‘일석이조’

각 어린이집은 경북도로부터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 받으면서 빈 교실도 채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초등 돌봄을 위한 별도 보육교사도 경북도가 채용해 인건비 부담도 없다.
지난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무지개어린이집에서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무지개어린이집은 경북도가 시행하는 '초등 방학 돌봄터'를 운영 중이다. 김정석 기자
지난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무지개어린이집에서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색깔 딱지 뒤집기를 하고 있다. 무지개어린이집은 경북도가 시행하는 '초등 방학 돌봄터'를 운영 중이다. 김정석 기자

최근 저출생 기조가 심화되면서 어린이집 원아 수는 급감했다. 무지개어린이집의 경우 구미 경제에 큰 축을 담당하던 삼성과 LG 생산공장이 해외로 대거 이전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5년 120명에 달했던 원아도 현재 10여 명으로 줄어든 실정이다.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다. 윤지웅(9)양은 “방학 때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할 일이 게임밖에 없는데 친구들과 피구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니 즐겁다”고 말했다. 노찬슬(8)군도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어린이집에서 모두 모여서 활동을 하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경북도는 초등 방학 돌봄만을 위해 거액을 들여 돌봄 시설을 신축하는 것보다 지역 어린이집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예산 절감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보고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 관계자는 “기존 돌봄시설은 공공·행정시설에 위치해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다. 초등 방학 돌봄터는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인근 어린이집을 거점으로 하기 때문에 ‘집 가까이서 해결되는 돌봄’”이라며 “경북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어린이집 유휴공간을 활용한 돌봄이 활성화된다면 맞벌이·한부모 가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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