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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문장으로 읽는 책]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2026.01.2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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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그들은 마치 두 번째 죽음을 맞은 것과 같다. 첫 번째 죽음은 삶을 떠났을 때, 그다음 죽음은 묘지와 우리 세계에서 사라져 망각의 영역으로 이동했을 때.
-폴커 키츠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중.

독일 저널리스트·변호사인 작가가 여러 해에 걸쳐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마지막을 돌보며 쓴 책이다. 인간의 노화와 상실, 죽음과 노인 돌봄이란 화두를 건드린다. 윗 문장은 요양원에 들어간 아버지의 짐을 정리하면서 작가가 떠올린 말이다. 이렇게도 썼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그건 자신을 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마지막 포옹에서, 그것이 마지막인지 몰랐다. 마지막 다툼에서, 그것이 마지막인지 몰랐다. 마지막 통화에서, 그것이 마지막인지 몰랐다. 사실 그런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다수의 작가·학자들에 대한 인용으로 빼곡한 책에서 가장 시선이 간 것은 페미니즘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였다. “아이를 낳기보다는 (타인 또는 비인간 존재와) 친족 관계를 맺으라”는 명제로 유명한 해러웨이는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는 창의적인 친족 관계를 만들고, 현재 안에서 함께 잘 살고 잘 죽을 수 있는 학습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혈연을 뛰어넘는 호혜적 관계에 대한 추구다.

지난 주말 중앙SUNDAY에서도 비슷한 글을 읽은 참이다. ‘독립은 OK 고립은 NO, 1.5가구가 뜬다’는 제목의 기사는 800만 1인 가구 시대, 그중에도 70대 이상이 30%에 육박하는 시대에 혼자 사는 노인에겐 혈연 외 이웃·지인 관계망인 1.5가구가 생명줄이라고 강조했다.

노인이 노인 부모를 간병하는 초고령화 시대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는 한국어판 제목이 다짐을 넘어 선언처럼 들린다. 독일어 원제는 『늙은 부모들: 돌봄과 우리에게 남은 시간에 대하여』.





양성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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