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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의 쇼미더컬처] K 보이즈로 불러낸 140년 전 조선의 선교사들

중앙일보

2026.01.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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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문화선임기자
오는 30일부터 사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되는 뮤지컬콘서트 ‘더 미션K’는 약 140년 전 조선 땅에 왔던 서양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계에서 이런 작품이 기획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자연스레 떠올린 건 ‘엄근진(엄숙·근엄·진지)’한 위인전식 역사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작품은 생각보다 발칙했다. 한국에 올 당시 20대에서 30대 초반이던 네 명의 선교사들을 ‘미션 보이즈’로 호명하며, 이들의 도전을 마치 K팝 보이즈의 서사처럼 풀어낸다는 설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을 세운 알렌(아스트로 MJ), 근대 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언더우드(SF9 재윤), 막대한 후원으로 병원 설립을 가능케 한 세브란스(틴탑 리키), 전염병 방역의 기반을 다지고 조선인 의사를 길러낸 에비슨(김동준)이 주인공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되는 뮤지컬콘서트 ‘더 미션K’에서 세브란스 역을 맡은 배우 김동준의 연습장면. [사진 블루아츠컴퍼니]
역사 속 인물은 흔히 하나의 업적, 하나의 점(dot)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실제 삶은 선(line)으로 이어져 있다.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설립자인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1859~1916)의 증손자 피터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를 만났을 때 그 사실이 실감났다. 선교사 언더우드가 1세라면 원한석은 4세에 해당한다.

그의 부친 원일한(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주니어·1917~2004)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며 1974년 사택과 주변 부지 1만여 평을 학교에 기증했다. 덕분에 신촌 캠퍼스는 오늘날의 규모로 확장됐고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다. 원한석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문이) 여기에 왔던 이유가 선교 활동이었는데 그때 산 땅 값이 올라 부자가 되는 건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죠. 증조부에게서 물려받은 최고의 혜택은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선교사 언더우드가 조선에 도착했을 때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아무리 종교적 소명이 있었다 해도,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역만리 빈국으로 향하는 길이 두렵지 않았을 리 없다. ‘더 미션K’는 이들의 내면을 “여기 머물면 편안하겠지/ 모든 게 익숙하고 안전해/ 하지만 내 맘 깊은 곳에/ 낯선 길이 나를 불러”라는 노래로 표현한다. 익숙하고 안전한 삶 대신 낯선 길을 택한 결단이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이 땅에 일군 의료와 교육 토양에서 꽃과 열매가 맺고 성장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 K컬처까지 왔다.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팝 보이즈들이 ‘미션 보이즈’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140년 전 결단에 대한 화답이지 않을까.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청춘이 있었고, 신념을 위해 도전을 택했다. 그 발걸음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청춘들에게 울림이 될 듯하다.” 장소영 총괄프로듀서 겸 음악감독의 말처럼, 시작은 언제나 누군가의 한걸음이다. 그 걸음들이 모여 길을 내고 세상을 바꾼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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