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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라드 칼럼] 중국 앞에 놓인 ‘북한’이라는 딜레마

중앙일보

2026.01.2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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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미국의 대북 정책이 일관성 없고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중국의 대북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이 주한미군에 맞선 전략적 완충지대라는 인식과 6·25전쟁 때 중공군이 북한을 구하려다 희생됐으니 피로 맺어진 혈맹이라는 감정적 유대 차원에서 북한을 바라봤다.

그러나 오늘날 극초음속 미사일 시대에 북한이 중국의 완충지대라는 개념은 더는 의미를 찾기 힘들다. 감정적 유대 역시 전쟁 세대의 퇴장과 함께 의미가 옅어졌다. 중국의 전쟁 이후 세대들은 북한에 대한 온정이 식었고, 중국을 싫어하는 북한인에 더 익숙하다. 이는 중국을 향한 북한의 반감이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혈맹이라는 감정적 유대 퇴색
북 관리 비용 크지만 이득 없어
압박이나 지원, 둘 다 쉽지 않아

특히 북한이 6·25 전쟁 당시 중국의 희생이나 원조에 감사하기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들고, 북한에서 사업하는 중국인들을 역차별하는 태도에 중국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꺼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거만하게 행동하는 중국 사업가나 만경대(김일성 생가) 등 자신들이 성지로 여기는 곳에서 침을 뱉는 무례한 중국 관광객도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유엔 제재 동참은 북한엔 배신감을 가져왔을 것이다.

북·중 간 전통적 혈맹의 기반이 약화한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4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주목한다. 양측이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이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의 독자 노선 추구는 중국의 통제를 벗어난 핵 이웃을 의미한다. 혹자는 미·중 관계 악화 속에서 ‘적의 적은 나의 동지’라는 논리를 펴지만, 이는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곧바로 무너지는 취약한 논리다. 오히려 중국에 북한은 위협이자 예측 불가능한 시한폭탄이 될 위험이 크다.

반면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면서 치르는 비용은 막대하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이는 중국이 공을 들이는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수 있다. 또 베일에 가려진 막대한 중국의 대북 원조는 고스란히 중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북·중간 전략적 파트너십은 중국에 비용은 많이 들고, 이득은 별로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중국의 대북 접근은 중국 당국이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북·러 밀착에 대한 견제 차원일 수 있다. 중국은 자신의 앞마당이라 여기던 북한에서 러시아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를 의식하는 것이라면 중국은 감정에 기반해 북한에 접근하는 셈이 된다.

중국은 향후 북한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핵무기 보유국(북한)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것은 중국에 이로울 게 없다.

중국 전문가들은 공식 석상에서는 북·미 협상을 촉구하지만 비공개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긴다. 따라서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국이 하지 못한) 북한이 정상 국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면 북·러 관계가 예전만 못할 것이고, 중국엔 이때가 대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럴 경우 중국에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원조 중단을 통한 압박이다. 이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하노이에서 미국이 이루지 못한 핵무기와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것이다. 북한을 한국 수준의 성장 궤도에 올리려면 10년간 약 3000억 달러(약 441조2400억원)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또한 북한 설득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고스란히 넘겨줄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이 만약 외부의 침공보다 내부의 경제 붕괴가 정권에 더 큰 위협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혼란스러운 대북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인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처럼 중국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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