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태국 스킨케어 시장 뚫은 대구한의대 ‘100만 달러 승부수’ 대학 자체 화장품 브랜드로 태국 스파 기업과 대규모 수출 협약 4년 만에 유학생 14배↑, 세계 6개국에 ‘글로벌 캠퍼스’도 구축
지난 2024년 11월, 태국 방콕의 한 대형 컨벤션센터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의 한 지방 대학이 자체 개발한 화장품 브랜드 ‘자안(JAAN)’이 태국의 유명 스파 체인 기업과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 규모의 수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주인공은 대구한의대학교. 대학이 단순히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직접 비즈니스 현장에 뛰어들어 거둔 이 성과는 학계와 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대학이 보유한 한방 원천 기술이 ‘K뷰티’라는 날개를 달고 글로벌 시장의 심장을 꿰뚫은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오늘날 한국 지방 대학들이 마주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대구한의대가 어떤 해법을 찾아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현재, 이 대학은 우즈베키스탄, 몽골, 태국, 베트남을 넘어 튀르키예와 중국에까지 ‘글로벌 캠퍼스’를 구축하며 K-메디(K-Medi) 실크로드를 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의 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대구한의대는 오히려 ‘지역(Local)’의 자산을 ‘세계(Global)’의 가치로 전환하는 ‘글로컬(Glocal)’ 전략으로 독보적인 생존 번영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대구한의대의 경쟁력은 ‘한의학의 과학화·산업화·세계화’라는 설립 이념에서 출발한다. 1980년 보건의료 발전을 목표로 출범한 이후, 국내 한의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이 대학은 이제 보건·의료를 넘어 바이오, 화장품, 식품, 복지, 교육 분야로 학문적·산업적 영역을 확장했다. 한의학을 중심으로 간호, 물리치료, 임상병리 등 전통의 보건계열과 화장품공학, 웰니스 산업 등 신산업 수요를 반영한 학과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전통의 가치를 ‘황금산업’으로 바꾼 ‘K-메디’의 힘과거 한의학이 경험과 전통에 기반한 신비주의적 영역에 머물렀다면, 대구한의대는 이를 철저히 데이터화하고 수치화하는 ‘과학적 검증’에 집중해왔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곧바로 ‘돈이 되는 산업’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학 자체 브랜드 ‘자안(JAAN)’이다. 자안은 단순한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다. 대학이 보유한 500여 종의 한약재 데이터베이스와 독자적인 발효 기술, 그리고 대학 내 피부 임상 센터의 엄격한 결과물이 집약된 ‘기술 집약체’다.
특히 2024년 태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대학이 가진 연구 역량이 시장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가치로 환산되는지를 증명한 쾌거다. 태국 현지인들의 피부 특성과 아열대 기후를 고려한 맞춤형 제형 개발, 그리고 한방 성분의 항노화 효과에 대한 과학적 입증데이터는 까다로운 글로벌 바이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학은 현재 태국뿐 아니라 중동의 할랄 시장과 유럽의 비건 시장을 겨냥한 전용 라인업까지 확충하며 ‘한방의 세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 내에 설치된 ‘하니코스메틱’은 이러한 수출 전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원료 생산부터 인증 획득, 해외 마케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독보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눈여겨볼 대목은 외국인 유학생의 폭발적인 증가다. 2025년 말 기준 대구한의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어학연수생 제외) 수는 1607명에 달한다. 2021년 117명에 불과했던 학부 유학생이 불과 4년 만에 1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전체 재학생 7000명 중 유학생 비율은 약 23%. 강의실 학생 4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들이 대구와 경산이라는 낯선 땅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구한의대가 구축한 ‘K-메디’와 ‘K-뷰티’의 전문성을 배우기 위해서다.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은 “글로벌 경쟁력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이 한국 사회와 자신의 모국, 그리고 지역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대학은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 세종학당을 개소하고, 해외 자매 대학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직접 설치하며 안정적인 유학생 유치 기반을 닦았다. 또한 중국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중외합작판학’ 프로그램을 통해 제약·바이오, 식품영양 분야의 특화 교육과정을 현지에서 직접 운영하며 교육 수출의 선봉에 서 있다.
대구한의대는 이 밖에 다수의 해외 자매 대학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설치해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자매대학에서 학업 역량이 검증된 학생을 대상으로 ‘2+2 복수학위 협약’ 등을 확대하기도 했다. 대구한의대의 혁신은 2024년 ‘글로컬대학 30’ 사업 선정으로 그 정점에 달했다. 교육부가 비수도권 대학 중 세계적 수준의 특성화 모델을 가진 대학을 선정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대구한의대에 ‘K-메디 산업의 글로벌 거점’이라는 공인된 지위를 부여했다.
이를 계기로 대학은 ‘노마드 캠퍼스(Nomad Campus)’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북 경산시를 중심으로 영덕군, 청도군 등에 로컬 캠퍼스를 조성해 정주형 인재를 양성한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벗어나 지역 현장에서 맞춤형 교육을 이수하고, 이것이 곧 지역 내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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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캠퍼스’로 지역과 세계 연결
해외 전략은 더욱 공격적이다. 2025년 기준 튀르키예와 중국까지 확대된 글로벌 캠퍼스는 단순한 교육 거점을 넘어 지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이 축적한 연구 신뢰도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금과 정보가 부족한 지역 강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것이다. 농업회사법인 기프트팜스와의 협력을 통해 K-메디 제품을 일본과 베트남 시장에 진출시킨 사례는 대학이 지역 경제의 ‘영업사원’ 역할을 자처하며 얻어낸 실질적 성과다.
대구한의대 관계자는 “2025년 글로벌캠퍼스 연계를 통해 84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했고, 재학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K-메디 연계 글로벌 공동 교육을 실시했다”며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K-메디와 K-뷰티 분야 신기술을 확보한 것은 물론 해외 산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 거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방화장품 분야는 대구한의대의 산업화 전략을 상징한다. 대학은 한의학 처방 연구와 천연물 추출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 화장품 기업과 공동 R&D를 진행한다. 원료 개발부터 안전성 평가, 제품 기획까지 대학의 연구 역량이 투입된 제품들은 국내 시장을 넘어 일본과 동남아시아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각국 소비자 특성은 물론 규제 환경을 반영한 제품 현지화와 인증 획득, 맞춤형 마케팅을 연계 지원한 덕분이다. 자체적으로 축적한 해외 네트워크와 연구 신뢰도를 바탕으로 지역 기업의 해외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전통에 기반을 두되, 방식은 가장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구한의대의 철학이다. 대학은 AI 기반의 디지털 융합 교육을 선도하며 한의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2025년 개최된 ‘DHU 교육성과박람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AI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선(Python)’을 한의학 교육에 접목한 사례였다. 전통적인 진단 방식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결합해 한의학의 정밀도를 높이는 시도는 미래 웰케어 산업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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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전통 의학 만나 미래 웰케어 산업 준비
대구한의대는 한의학 교육을 이론 중심에서 산업과 현장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교육 과정에 AI 기반 데이터 분석, 천연물·기능성 소재 연구, 임상·산업 연계 프로젝트 등을 포함시키면서다. 학생들은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통해 한의학적 전문성과 함께 산업 이해도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대구한의대는 또한 한국뇌연구원,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지역 내 유관 기관과 손잡고 20건 이상의 산학 공동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탄탄한 연구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현장 밀착형 교육은 높은 취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한의과대 졸업생이 임상과 연구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화장품·바이오 계열 졸업생들은 국내외 유수 기업의 러브콜을 받으며 K-뷰티 산업의 중추로 성장하는 중이다. 창업이나 지역혁신 프로젝트, 산학협력 기반 취·창업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을 유학생들과 함께 탐험하며 지역의 정주 가능성을 타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는 중이다. 영어 전용 학과와 유학생 전용 학부 등을 개설해 외국인 학생의 학업과 한국 생활 적응도 돕고 있다. 이는 대학이 학문의 전당을 넘어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허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창훈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파고 속에서도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대구한의대는 이제 지역 대학의 한계를 넘어 한방·바이오·웰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구한의대는 전통의 지혜에 첨단의 기술을 입히고, 지역의 뿌리에서 세계의 꽃을 피워내는 역할을 착실히 이행 중이다. 이 학교가 써 내려가는 ‘K-메디’ 성공 신화는 위기에 처한 지방 대학이 나아가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이정표가 되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앞으로도 한의학 기반 K-메디 산업을 선도할 글로컬 융합 인재 양성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