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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 빛과 반도체] 빛의 혁명을 이끄는 반도체 광원, LED

중앙일보

2026.01.25 07:18 2026.01.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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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2024년 늦가을, 서울 회현동의 한 백화점. L자형 외벽을 가득 채우는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전에 연말연시에만 임시로 설치되던 디스플레이에 비해 화소 수가 약 10배나 증가한 고해상도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였다.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생생한 영상이 주는 대단한 몰입감이 입소문을 타며 그 지역은 단번에 명동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대도시 곳곳에 들어선 초대형 디스플레이의 빛 역시 반도체 광원, LED에서 만들어진다. 웅장한 빛의 향연을 가능케 한 LED 기술은 현재 우리의 공간 위 조명기술로도 자리잡아 세상을 바꾸고 있다.

도심 초대형 디스플레이 경쟁
반도체 웨이퍼서 출발한 LED
고효율에 수명 길어 시장 확보
단순 조명 넘어 다양하게 진화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심에 세계 최대 구형 LED 디스플레이 ‘스피어’가 빛나고 있다. [뉴스1]
백열등·형광등에서 LED까지
현대의 밤을 밝히는 전기 조명의 역사는 150여 년에 불과하다. 19세기 후반 에디슨이 상용화에 성공한 백열등과 1930년대 발명된 형광등이 20세기 조명의 주류를 이뤘다. 백열등이 내는 따뜻한 노란 색감의 빛은 유리 전구의 중앙에 자리잡은 필라멘트에서 나온다. 전류가 흐르며 섭씨 2500~3000도로 달궈진 필라멘트는 화산에서 분출된 뜨거운 용암이 빛을 내듯이 황색 백열광을 방출한다. 형광등도 백열등처럼 유리 몸체를 갖고 있지만 발광 원리는 전혀 다르다. 어릴 때 형광등이 깨지면 어른들이 황급히 치우던 기억이 난다. 형광등에 몸에 안 좋은 수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상온에서 유일하게 액체 금속을 이루는 수은 원자는 에너지를 받으면 강한 자외선을 방출한다. 수은 방전등이 내는 자외선은 살균이나 소독에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자외선을 흡수해 빛으로 변환하는 형광체란 물질을 유리관에 코팅하면, 살균등에 쓰이던 자외선이 눈에 보이는 빛으로 바뀌어 형광등이 된다.

20세기 전기 조명의 상징이었던 백열등을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다. 에너지 효율이 극히 낮아 시장에서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인 수은을 사용하는 형광등도 점차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백열등과 형광등의 빈자리를 바로 LED가 차지해 왔다. LED 조명의 출발점은 평평한 기판 위에 반도체층을 성장시켜 만든 웨이퍼다. 이를 1㎜ 이하의 작은 크기 칩들로 절단해 패키지에 결합하면 LED의 점등 준비가 끝난다. 제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종류에 따라 LED의 발광색은 다양하게 변한다. 그러나 LED를 조명으로 사용하려면 백색광이 필요하다. 2014년 노벨물리학상으로 한껏 존재감을 뽐냈던 청색 LED는 백색 LED 조명을 가능케 한 반도체 광원이다. 대부분의 LED 조명은 청색광을 내는 칩 위에 형광체를 도포해 구현한다. 맞다. 형광등에도 사용되는 물질이다. 단, 형광등의 형광체가 수은의 자외선을 흡수해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반면, 백색 LED 속 형광체는 청색 LED 칩이 내는 청색광을 흡수해 황색광으로 변환한다. 서로 보색 관계인 청색광과 황색광이 섞이며 백색광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오늘날 LED 제품은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과 자외선 영역까지 포함하며, 응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빛의 삼원색을 내는 세 종류의 LED 칩을 조합해 고화질 디스플레이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구현하고, 팬데믹 시기 위력을 발휘한 자외선 LED는 편리한 살균등으로 사용된다. 자동차 조명이나 스마트 팜의 식물생장용 조명처럼 특수 조명 분야에서도 LED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LED의 가장 큰 응용 분야는 단연코 일반 조명이다. 고효율과 장수명에 더해 놀랄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LED 조명은 이미 조명 시장의 주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감을 통해 탄소 중립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기술적 성숙도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진 산업들은 보통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으로 시장지배력이 넘어가곤 했다. 범용의 LED 칩, 패키지, 조명 산업도 현재는 중국이 대량생산을 통해 가장 큰 시장 비중을 차지한다. LED 분야의 전통적 강자였던 유럽과 미국·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회사들은 고효율·고신뢰성 LED 기술에 상대적 강점을 가지며 고부가가치 조명 기술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숙면 돕고, 업무 효율까지 높여
LED는 이제 단순한 광원을 넘어 디지털 제어를 통한 지능형 조명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21세기 들어 조명의 색감과 스펙트럼 특성이 멜라토닌 분비를 포함한 인체의 생체리듬과 상관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스펙트럼의 세심한 조절을 통해 숙면을 돕거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인간 중심 조명’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집중하면서 학교, 병원, 고령자 케어 시장 등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도모하는 중이다. 빛의 온-오프를 통해 이진수의 디지털 정보를 전달하는 광 무선통신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점멸이 가능한 LED로 인해 개척된 또 하나의 응용 분야다. 가시광에 기반한 무선통신(Li-Fi) 기술은 2023년 국제 표준이 제정되는 등 상용화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전파 간섭과 보안이 중요한 공간에서 Li-Fi에 대한 시범적 실증이 시도되는 등 LED 조명은 곧 통신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20세기 중반 거추장스러운 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가 첨단 IT 문명을 이끌었듯이, 백열등과 형광등의 빈자리를 차지한 LED는 이제 단순한 조명을 넘어 우리의 생활 환경 전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높은 설계 유연성과 디지털 제어의 편리함 덕분에 LED는 삶의 질을 높이는 지능형 감성 조명, 고화질 디스플레이, 정보 통신과 센서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스마트 허브로 자리 잡으며, 또 한 번의 ‘빛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고재현=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삼성코닝 연구원을 거쳐, 2004년 한림대 교수로 임용됐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광원연구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빛 쫌 아는 10대』 『전자기 쫌 아는 10대』 『빛의 핵심』 등이 있다.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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