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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주택 중과세 부활, 부동산 공급 없으면 혼란만 키운다

중앙일보

2026.01.25 07:32 2026.01.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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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5월 9일까지 100여 일…현실적으로 처분 불가능



세금 부담 늘려도 공급 안 늘어나면 집값 더 불안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중과세 부활을 기정사실화 했다. 윤석열 정부 이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왔으나 이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오는 5월 9일부터 3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82.5%의 중과세가 부과된다. 세금 부담을 늘리자는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서울에선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나 시기·방법으로 볼 때 갑작스러운 세금 폭탄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책의 일관성 문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 23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주택 중과 유예의) 기간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어제(25일)도 “재연장하도록 법을 또 개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중과세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런가.

역대 진보 정부에서 수요 억제는 매번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고,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 중과세를 도입했으나 그때마다 집값은 치솟았다. 공급에 힘을 쏟지 않고 눈앞의 수요 억제에만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란 양 날개 중 한쪽이 부러진 정책이라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버티기가 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장 5월 9일이 지나면 중과세를 하겠다는 엄포지만 불과 100여 일 만에 어떻게 집이 매매될 수 있나. 양도세 중과 부활 이후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간과해선 안 된다. 자칫 세금은 임대차 시장으로 전가돼 서민만 힘들게 할 수 있다.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는 더 큰 불안 요인이다. 이 대통령은 “내 집에 살면서 세금 때문에 이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상속세 부담을 줄이자는 방안까지 내놓지 않았던가. 그런데 똘똘한 한 채를 차단한다면서 1주택자마저 중과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진단이 한참 틀렸다. 똘똘한 한 채는 다주택 중과세가 촉발한 결과였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벌써 몇 차례 대형 부동산 대책이 나왔으나 정작 시장이 바라는 공급 대책은 미흡했다. 정부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세제도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근본 해법은 공급이다. 공급 확대 없이 칼만 휘둘러선 집값 안정을 실현할 수 없다. 정부가 시장을 잠시 이길지는 몰라도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건 불변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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