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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전작권 전환, 나토 회원국 경험 참고하길

중앙일보

2026.01.26 07:22 2026.01.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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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 전 주미대사
202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됐다. 1기 집권 당시 나토에 회의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처음 참석하는 회의라는 점, 그가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5% 국방비 지출을 고집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 회의였다. 당시엔 회의가 큰 문제 없이 개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EU 나토 사령관에 미국인 원해
한, 유럽보다 안보위협 대비 부족
현 정부의 전작권 전환은 성급

그러나 이면에서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유럽이 큰 시각차를 드러낸 문제가 있었다. 미국은 1949년 나토 창설 당시부터 미국인 장성이 맡아왔던 유럽연합최고사령관(SACEUR)을 유럽인으로 바꾸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양측의 막바지 협의 단계에서 미국은 이 주장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유럽의 외교·안보 엘리트들이 최고사령관을 미국인에서 유럽인으로 바꾸려는 미국의 제안에 대해 크게 우려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과 유럽의 동맹 이완 우려다. 나토에 오래 관여해 온 미국 측 인사에 따르면 최고사령관을 유럽인으로 임명하면 미국이 유럽 방위에서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둘째, 같은 이유로 유럽에 대한 적국의 핵 공격 상황에서 미국이 유럽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 이 문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유럽인들의 우려가 대한민국의 전작권 전환 이슈에도 유사한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첫째, 동맹 이완의 문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새 국방전략(NDS)에서 “한국은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 자주국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반응했다. 이런 안보 환경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면 자칫 동맹 이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둘째, 확장억제력 문제다. 유럽은 영국·프랑스가 각각 수 백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전술핵 100여기도 배치돼 있다. 게다가 나토는 핵 공격에 대비한 연합훈련을 매년 해오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은 매우 미흡하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협의그룹(NCG)이 창설됐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핵 공격을 억제하고, 핵으로 공격하면 대응하기 위해 ‘공동의 결정, 공동의 이행’을 약속했다. 나름 의미 있는 진전이었지만 유럽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NCG를 발전시켜 핵 공격에 대한 한·미 작전계획을 만들고, 이를 기초로 양국이 연례 합동훈련을 해야 유럽 수준에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다. 유럽이 유럽인 총사령관 임명을 극구 사양하는 상황에서 유럽보다 안보위협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위태롭다.

지난 2014년 한·미는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계획’(COTP)에 합의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고 조건이 성숙하는 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시 성취해야 할 3대 조건으로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제시하고 한·미가 합의했다. 지난 10년 동안 3대 조건 중에 첫째 조건은 큰 진전이 없고, 둘째와 셋째 조건은 현저히 악화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임기 내 전환’을 강조하는 것은 성급하다.

물론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에는 전략적 자율성을 제고하려는 고려가 담겨 있을 것이다. 미국이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포기하고, 강대국 외교를 구사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자강은 물론 유사 입장 국가들과의 연대를 양대 축으로 삼아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안보·기술·경제 현실을 고려하면 한·미 동맹 약화는 답이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문서(RNS)’에서 자율성을 강조했다. 유럽의 자강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나토의 지나친 미국 의존을 줄여 미국에 대한 발언권을 키우고 나토를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자율성 강조가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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