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하면서 산업 현장이 급변하고 있다. 기술 수명이 짧아지고 직무가 고도화함에 따라 ‘평생 학습 시대’가 열렸다. 이에 전문대학이 성인학습자의 ‘재도약(Career Up)’과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전문대학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고등직업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
전문대학은 AI와 로봇 등 신기술이 일상화한 사회에 맞춰 교육과정을 혁신하며 중장년층과 재직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동서울대학교 스마트드론학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균 연령 47세인 이 학과의 학생들은 드론 조종뿐만 아니라 분해·조립 기술까지 익히며 신산업 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 이 대학 졸업생 정해원씨는 드론 기술을 활용해 방재 전문가로 재취업에 성공했고, 지상철씨는 방송 PD 경력에 드론 촬영 기술을 더해 현장 전문성을 높였다. 이는 전문대학이 단순한 취미 교육이 아닌,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실무 중심의 재교육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부의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이 강조하는 ‘미래 수요 대응 고등직업교육 강화’와 맞닿아 있다. 3주기(2025~2027년) 혁신지원사업은 디지털 전환(DX)에 대응해 AI·디지털 직무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재직자와 성인학습자들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도태되지 않고, 주도적으로 경력을 재설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전문대학은 성인학습자가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를 유연하게 뜯어고쳤다. 광주보건대학교가 운영 중인 ‘나노 디그리(Nano Degree)’와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4~10학점 단위의 집중 이수 과정을 통해 단기간에 핵심 직무 역량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계절학기를 활용해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시니어 운동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는 식이다. 이는 전문대학이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수요자 맞춤형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체질을 개선했음을 시사한다.
전문대학의 혁신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지역 사회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특화 교육과정은 인재들이 지역 우수 기업에 취업해 정주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사례도 속속 증가한다. 울산과학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재입학한 김요섭씨는 울산 지역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 및 에너지 공정에 특화된 교육을 받고 SK에너지에 입사했다.
이처럼 전문대학은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그 인재가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역 혁신’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허정은 학술진흥본부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전문대학은 전 생애에 걸친 직업교육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라며 “3주기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전문대학이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며 지속 가능한 고등직업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