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자성어는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을 다, 많을 다, 더할 익, 착할 선)이다. 앞 두 글자 ‘다다’는 ‘많으면 많을수록’이란 뜻이다. ‘익선’은 여기에서 ‘더 좋다’란 뜻이다. 이 두 부분이 합쳐져,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란 의미가 만들어졌다.
다다익선. 이 네 글자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the more, the better)’ 상황에 폭 넓게 사용되며 꾸준히 의미가 확장됐다. 원래 한신(韓信)과 유방(劉邦)의 유명한 일화에서 유래했다. 이 일화는 훗날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저술한 ‘사기(史記)’ ‘회음후(淮陰侯)열전’에 실려있다.
한신은 유방과 항우(項羽)가 한 치 양보없이 힘을 겨룬 초한전쟁(楚漢戰爭) 시기에 유방 진영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명장(名將)이다. 전쟁 승리 후, 역모(逆謀)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유방의 아내 여(呂)씨에 의해 잔혹한 방식으로 처형당한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해하(垓下)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남쪽으로 도주하던 항우가 추격병을 따돌리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자, 유방은 곧장 한신 진영으로 말을 달렸다. ‘이제 무엇이 가장 급한 일인가?’를 하나하나 따져본 결과, 한신의 군대 지휘권을 빼앗고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신은 뛰어난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보스로 모시던 유방에 의해 병사들과 눈 깜짝할 사이에 분리되자, 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후 그는 몹시 허탈하고 우울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유방이 연회를 열고 한신을 초대한다. 영광스러운 과거 승리들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대외적으로 뻣뻣한 처신을 이어가던 한신은 술자리에 초대를 받자 마음이 조금 들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유방이 평소 궁금히 여기던 일을 한신에게 묻는다. “만약 내가 군대 지휘관이라면, 어떤 등급에 해당하는지 혹시 평가해줄 수 있겠소?” 한신이 대답한다. “폐하께서는 약 10만 명 규모의 병사를 지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만 병력을 지휘할 수 있다면, 대체 어떤 수준의 능력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유방이 재차 묻는다. “그럼, 그대는 몇 명까지 지휘할 수 있습니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한신이 바로 답한다. “저는 병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습니다(臣, 多多而益善耳).”
젊은 패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한신의 이 당돌한 대답을 접하고, 중년 나이의 유방이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당신이 그렇게 큰 능력을 가졌다면, 왜 내게 사로잡혀 지금처럼 곤궁한 처지에 빠진 거요? 유방이 이런 취지의 반박을 하자, 한신은 후회하고 서둘러 수습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장점이나 공(功)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면, 되레 역효과(逆效果)가 난다. 자화자찬을 일삼다가 소중한 친구를 잃고 심지어 적(敵)으로 변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만약 한신이 없었다면, 유방이 그렇게 단시간 안에 항우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역사가들이 많다. 유방은 책사 장량(張良), 행정가 소하(蕭何) 그리고 대장군 한신을 최고급 인재로 꼽았다. 소하는 한신을 ‘둘도 없는 인재’, 즉 ‘국사무쌍(國士無雙)’으로까지 극찬하며 유방에게 추천했었다. 평소 장량도 한신을 한 방면을 안심하고 맡겨도 될 ‘독당일면(獨當一面)’의 인재로 높이 평가했다.
공신을 하나씩 숙청하는 정국이 펼쳐지자, 주도면밀(周到綿密)한 장량은 자진해서 은거하는 삶을 선택해 끔찍한 화(禍)를 면한다. 계산에 밝은 소하도 적절한 처신으로 유방의 의심을 성공적으로 피했다. 두 사람은 살아남고, 한신은 30대 나이에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 근본적 이유가 뭘까?
백전백승(百戰百勝)했던 한신처럼 어떤 분야에서 일찌감치 높은 경지까지 오를 수는 있다. 자고 일어나면 자신감도 새록새록 함께 자라고 그럴 것이다. 그러나 겸허하고 조심스러운 언행만이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를 지키는 튼실한 방패다. 병법에 통달했던 명장 한신이었지만 이 평범한 진리 하나를 망각했다. 삶의 변곡점에서, 자신과 타인의 심리 상태를 적시에 알아채는 능력 또한 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