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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1심 징역 1년8개월…'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

중앙일보

2026.01.27 22:10 2026.01.2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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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통일교·명태균 관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추징 1281만5000원을 선고받았다. 3대 의혹 중 통일교 측으로부터 명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만이 유죄로 인정됐다. 김 여사가 징역형을 받으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사상 처음으로 동반 실형을 받은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28일 오후 2시10분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영부인은 대통령 가까운 곳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데 솔선수범을 보이지는 못할 망정 반면교사가 돼선 안될 일”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 공정을 해하는 것이 부패이고 금전적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부된다”며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 “영부인 지위 영리추구 수단 오용…사치품 수수 치장 급급”
이어 재판부는 “김 여사는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 수단으로 오용했다”“사치품을 수수해 치장에 급급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직접 금품을 요구한 적이 없고 일부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유리한 점으로 참작했다.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한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해 8억1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만 동원됐을 뿐 시세조종을 몰랐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서는 “미필적으로나마 시세조종 행위를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시세조종 행위 인식이 있더라도 시세조종 세력이 피고인을 공범으로 여기며 함께 범행을 수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과 수익금 정산 때 일방적인 블록딜 매각에 항의하는 등 공범이 아닌 외부자로 판단했다.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일부 기간에 이뤄진 행위에 대해서는 면소 처분을 내렸다.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특검팀이 김 여사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게 대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하면서 시세조종 행위를 유죄로 판단한 점을 들어 설명했다. 당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주 손모씨에게도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여사의 방조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공방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가 20대 대선 전후인 2021년~2022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은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명 씨가 피고인 부부에게만 주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를 여럿에게 제공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영업을 위해 자발적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여론조사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것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씨에 대해선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여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도 했다.

“명태균 망상적인 사람”…尹·吳 재판 영향

여론조사 무상수수 혐의 무죄는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과 직결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모했다고 파악했다. 같은 법원 형사33부(부장 이진관)은 27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선고가 나면 저희도 관련 내용을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씨의 여론조사 관련 판단은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받고 측근으로 하여금 비용을 대신 내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무죄 판단 근거로 “여론조사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묵시적 계약을 체결한 증거도 없다”며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받은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는 2022년 7월 1271만원 상당 샤넬 가방 1점과 6220만원 상당 그라프 목걸이 수수 등 일부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로 가장 지근거리의 사람”이라며 “가방 교부와 알선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 측이 주장한 청탁용 금품 가액과 통일교가 요청한 ODA 지원금 규모 등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대가성이 안정될 수 없다는 점은 배척했다.

다만 2022년 4월 802만원 상당 샤넬 가방을 받은 부분은 무죄로 봤다. 윤 전 본부장과 김 여사 통화 내용에 의례적 표현이 있을 뿐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판시했다.

특검팀 “재판부 비겁, 즉각 항소”
김경진 기자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권력자든 권력 잃은 자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언급하면서 헌법 103조(법관의 양심)에 의거해 증거에 따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선고 양형이 특검팀 구형량인 징역 15년에 벌금 20억, 추징금 9억4864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선고 직후 “법리적·상식적으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고 양형 판단도 매우 미흡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공범으로 적시한 권 회장 등의 유죄 확정에도 김 여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주된 이유는 공동정범의 핵심 요건인 범행의 본질적 역할 분담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엔 명씨와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공동체라는 특검 주장을 기각하고 명씨의 독단적 행위로 보면서 무죄로 인정됐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영선 전 의원의 전략공천을 요청한 사실 등은 인정되지만 오히려 이런점들이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확언을 듣지 못한 것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이냐 아니냐가 다시 논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주가조작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과 수익을 나누는 관계였고 1차 주포인 이정필씨로부터 손실보증금도 받은 공범이라고 주장한다. 또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하나의 범죄로 구성)라 하나의 범죄로 보고 처벌해야 함에도 시기별로 나눠서 공소시효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주가조작 방조의 경우 축소사실이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비겁하게 보류했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에 관한 동의가 있었다는 점, 2022년 4월 샤넬 가방도 대가성 청탁 물품이었다는 점 등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초기에 수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은 검찰 내부망에 입장문을 올리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은 기존 판결 취지, 공동정범·포괄일죄 관련 법리에 비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김 고검장은 “권오수 등 공범들의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김희균 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생각보다 낮은 형량으로 선고됐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서 공모를 인정하지 않은 건 간접증거들만 제시돼서 그런 것 같다. 특검이 입증하는 것에 따라 2심에서 형량이 확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방해 혐의 관련 16일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3대 특검이 기소한 1심 재판 9개를 남겨두고 있다. 김 여사 남은 재판은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정당법 위반)과 ‘매관매직’ 의혹(알선수재) 등이다. 윤 전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는 다음달 19일 예정돼있다.




김보름.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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