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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君子惡居下流(군자오거하류)

중앙일보

2026.01.28 07:06 2026.01.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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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순우리말이 되다시피 한 ‘스캔들’은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이란 뜻이다. 공자 제자 자공은 폭군 주(紂)왕에 대해 스캔들에 빠지다 보니 갈수록 더 악마화 되었다고 하면서 “군자는 그런 하류의 스캔들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다. 당초 스캔들 혐의의 근처에도 서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惡: 싫어할 오, 居: 살 거, 流: 흐를 류. 군자는 하류에 사는 것을 싫어(미워)한다. 24x72㎝.
중국의 옛글을 모은 『문선(文選)』이라는 책에는 스캔들을 경계한 유명한 시 ‘군자행(君子行)’이 수록되어 있다. “군자방미연 불처혐의간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 우리에게도 익숙한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여, 의심받을 곳에 처하지 않는다. 참외밭에는 신발을 들여놓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선 갓을 고쳐 매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시다. 신발을 들여놓았다가 참외를 훔친 것으로, 갓끈을 다시 매다가 오얏을 딴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터진 스캔들은 수습이 어렵다. 소문을 부풀리는 대중도 자중해야겠지만 아예 스캔들에 몰릴만한 하류에 처하지 않는 근신이 필요하다. 군자는 하류에 처해 오명을 받는 일이 없이 오히려 상류의 솟는 물이 되어 강물을 더욱 맑게 하는 인물인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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