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호남성에 가면 동정호(洞庭湖)가 있고 그 위에 악양루라는 누각이 있다. 중국의 4대 절경 가운데 하나라는 곳이다. 모택동(毛澤東)의 고향인 장사(長沙)에서 멀지 않으며 『삼국지』에서 노숙(魯肅)이 열병한 곳이다. 중국에서 호(湖)라 할 때는 우리와는 달리, 흐르던 강물이 넓게 펴진 곳이라는 뜻이다.
악양루는 본디 당나라 시대에 세워졌으나 너무 허름하여 북송(北宋)의 인종(仁宗)이 다시 지었는데(1044), 당대 학자이자 정치가인 범중엄(范仲淹·989~1052·사진)이 그 누기(樓記)를 썼다.
범중엄은 소주(蘇州) 사람으로,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개가하여 의부의 성을 따르며 불우한 소년 시절을 보냈다. 문헌에는 그가 고학했다는데, 그 시절에도 그런 용어를 썼는가 보다. 그는 26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부재상과 수도 개봉(開封) 태수를 맡았는데, 문관의 신분으로 국방 개혁에 성공하여 당시의 연호를 따 경력신정(慶曆新政·1043~1045)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황제의 명을 들은 범중엄은 천하의 명문인 ‘악양루기’를 썼다. 379자의 그리 길지 않은 이 글이 역사에 회자(膾炙)하는 것은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乎(선천하지우이우 후천하지락이락호)’라는 글귀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남보다 먼저 천하의 걱정거리를 걱정하고, 남보다 뒤에 천하의 즐거움을 즐겨라”라고 번역했으나 나의 번역은 좀 다르다.
“천하의 걱정거리를 걱정하는 일이 먼저이고, 천하의 즐거운 일을 즐기는 일은 그 뒤에 할 일이다.”
나의 해석과 종래의 해석 가운데 어느 것이 필자의 뜻에 맞는지를 강호의 고수들에게 묻고자 한다.
세상이 어렵다. 우리 시대에는 지사(志士)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충무공처럼 살라는 뜻이 아니라, 가끔은 조국과 미래 그리고 우리의 후대를 걱정할 생각은 없는지를 묻고자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