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몰아치던 토요일 오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에서 마련한 ‘자살 유가족을 위한 미사’가 열리는 서울 가톨릭회관 소성당은 미사와 어울리지 않게 활기가 있었다. 자살예방센터 직원은 미사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바삐 자리를 안내하고, 센터 수녀님은 찾아오는 유가족을 안아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센터에서 마련한 차와 간식을 먹으며 사람들은 몸과 함께 마음의 추위도 녹이고 있었다. 원래 좌석에 간이 의자까지 놓았지만 성당은 찾아온 유가족들로 만석이었다. 미사에 늦게 온 이들은 서서라도 미사를 봉헌했다. 이것만이 유일한 희망인 것처럼 유가족들은 성당에 모여들었다.
마음의 십자가 진 자살 유가족
심리적인 재난의 생존자들
미사 시작 전부터 눈물바다
위로 미사 사라질 날 언제일까
자살 유가족을 위한 미사의 목적은 ‘고인에 대한 애도(哀悼)’와 동시에 ‘마침내’ 이 미사의 소멸(掃滅)에 있다. 미사의 시작은 직원 포함 3명이라고 했다. 작지만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하느님 곁에 있을 고인과 유가족을 위한 기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자살률 세계 1위의 나라답게 자살 유가족을 위한 미사는 호황(?)이다. 자살 유가족들을 위한 미사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사 참여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더 큰 장소를 알아봐야 할 정도가 되었다. 하루 평균 40여 명씩 자살하는 나라. 전쟁이나 지진이 난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의 국민은 죽어갔다. 나라 경제가 나날이 성장하고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자살자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살 유가족들은 죄인도 아닌데 죄인처럼 살아간다. 자살은 동네에서 큰일이기에 순식간에 소문이 났다. 가족이나 지인이 자살했다고 이웃에게 말하는 순간 관계가 어색해졌다. “가족 잡아먹은 사람” “원래 그 가족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위로하기보다 자살의 원인을 유가족에게서 찾았다. 자살 유가족에게 2차 가해를 했다. 그렇게 자살 유가족들은 죄인이 되었다. 유가족은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과 수치심, 이웃의 비난으로 평생 마음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갔다.
그래서 자살 유가족만 따로 모일 수 있는 미사는 유가족이 자신의 진짜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쉼터였다. 신부님이나 수녀님에게 편안하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나의 비참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자연스럽게 유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도 자살 유가족이 한다. 같은 아픔을 느낀 이들에게 유가족들은 동질감을 느꼈다. 깊은 슬픔을 이겨내고 삶을 살아가는 봉사자의 모습을 보며 유가족은 위로를 받았다.
미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성당은 눈물바다다. 미사에 참여하는 유가족들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울고, 성가 부르며 울고, 기도하며 울고, 성체를 모시며 울었다. 미사를 주례하던 신부님도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유가족과 함께 울었다. 유가족들은 의자 사이사이에 놓인 화장지를 연신 풀어 눈물을 훔쳤다. 미사에 참여한 유가족들은 낯선 사이였지만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편안하게 울었다. 여기서는 그래도 괜찮다는 듯이 울었다.
자살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직후부터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자살이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만큼 자살 유가족은 일반 유가족보다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 ‘2023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자살 유족의 83.3%가 ‘사별 후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자살을 생각한 유가족은 60% 가까이 되었는데, ‘사별 후 3개월 이내’가 가장 높았다. 자살 예방 골든 타임을 놓치면 유가족이 자살자가 될 가망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살 유가족 미사는 자살 예방의 효과도 있다.
자살 유가족은 단순히 직계 가족만을 말하지 않는다. 넓게 보면 고인과 연관 있는 모든 이들이 유가족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의 자살은 많게는 135명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해마다 약 1만4000명이 자살하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40만 명이 자살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자살 유가족을 ‘Suicide survivor(자살 생존자)’로 부른다고 한다. 자살 유가족은 자살 시도가 실패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니다. 재난이나 참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생존자’라 부르듯이, 유가족들은 ‘심리적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자살자가 있었으니, 대한민국은 거대한 ‘자살 생존자의 나라’이다.
2026년을 시작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돼간다. 여러 소망이 있지만 2026년의 마지막에는 ‘자살 유가족을 위한 미사’가 ‘마침내’ 사라지길 기도한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