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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상대 이광재? 우상호?…"강릉도 분위기 좀 달라져" [김성탁의 민심풍향계]

중앙일보

2026.01.28 07:22 2026.01.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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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인물 대결 관심 끄는 강원 민심
김성탁 논설위원
강원도의 바람은 매서웠다. 지난 25일 오전 KTX 서원주역에 내리자 차가운 기운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이틀 전 눈이 내린 데 이어 전날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갔었다고 역무원은 말했다. 청량리역에서 KTX로 원주까지 걸린 시간은 약 50분. 강원도가 멀다는 건 과거 얘기였다.

강원도는 보수 성향이 강한 곳으로 인식돼 왔다. 지난해 6월 실시된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강원도 18개 시·군 중 춘천과 원주 2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에 이어 치러진 대선이었음에도 강원도에서 김 후보의 득표율(47.3%)이 이 대통령(43.95%)보다 높았다. 이런 경향은 영남과 강원에서만 나타났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넘은 시점에서 강원도 민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가겠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이 계기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현 지사 등 보수 후보를 상대로 누가 나설지가 관심사가 됐다. 우 전 수석은 원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했는데, 이 전 지사도 최근 인터뷰에서 “도지사라는 건 행정 일이라 누가 일을 잘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설 연휴 전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강원도 사람들이 보통 보수적이긴 한데 원주는 민주당 지지세가 좀 강해요. 국회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 명씩이고, 시장은 민주당 출신이 3연임을 하다 지금은 국민의힘 소속인데 다음 지방선거에선 어떻게 될지 봐야죠.” 서원주역에서 도심까지 가는 길에 이용한 택시 운전기사 이병찬(68)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우리 또래가 전두환 시절 군대에 가 있었는데, 아이고 계엄이 뭔지 알고 선포를 했나 몰라. 아무나 데려다가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 '군사 정치'인데…. 군대를 투입했고 자기 맘대로 할라 그랬는데 그게 내란이지 아니야?”

이씨는 이런 이유로 6·3 지방선거에서도 원주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튜브에 빠진 사람들이 주변에 엄청 많다”면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주변 사람 중에선 생각이 바뀌지 않은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기업도시 인구 증가 "민주 지지세 늘어"
원주에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모두 조성돼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교통안전관리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관광공사 등 공기업이 원주 혁신도시로 대거 내려왔다. 하지만 버스로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인원이 여전히 많아 점심때만 주변 상가에 손님이 몰릴 뿐 저녁이면 한산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반면 기업도시가 조성된 지역에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원주에 새로 터를 닦고 거주하는 인원도 많이 증가했다. 원주 인구는 36만3000여 명으로 강원도 전체의 약 23%를 차지한다.

원주의 전통적인 중심가는 중앙시장과 도레미시장, 자유시장 등이 몰려 있는 구도심 거리였다. 과거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지만 이날 오후 찾아간 시장 거리는 주말이었음에도 비교적 한산했다. 외곽 아파트 단지로 사람들이 빠져나가 도심이 공동화되면서 여전히 시장에서 장을 보려는 중장년층과 먹거리를 찾는 일부 젊은이의 모습이 남아 있는 정도였다.
우상호 원주서 출판기념회 예고, 이광재 "설 연휴 전까지 결정"
"민주당 지지세 늘었다" 반응 속 "견제 필요하니 보수 찍을 것"
권성동 수사에 "다신 안 찍을 것" "전재수는 멀쩡, 야당 친 것"
중앙 정치 역할 보다 "강원 위해 무엇을 했느냐" 중시 기류
시장 골목 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던 두 형제와 합석했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이들은 강릉을 거쳐 원주에 정착했다고 한다. 형 김영기(64)씨가 “나는 보수이고 동생은 좌파”라고 소개하자, 동생 영수(62)씨는 “나는 예전부터 정당을 안 가렸다. 잘하면 반대편도 찍어주고 인물을 보는 소신파”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부터 반대였다. 영기씨는 “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말을 아껴야 하는데 생중계 등 과대포장을 너무 많이 한다”고 했다. 반면 영수씨는 “윤석열 정권이 5년 갔으면 거덜 났을 건데 고칠 게 너무 많다 보니 장관들 불러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때문에 우파 믿음 깨졌다"
하지만 내란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영기씨도 비판적이었다. “대선 후보를 잘 내세워야 했는데, 검사 출신은 ‘너 잘못했지’ 이런 것만 알지 남의 얘기를 안 듣지 않느냐”며 “그러다 우파의 믿음이 조금씩 깨졌다”고 한탄했다. 그렇다고 영기씨의 투표 성향이 바뀌 것은 아니었다. 그는 “흐름이 진보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한쪽으로 표가 쏠리면 안 되고 견제를 해야 하므로 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지사 후보로 보수 진영에선 김진태 현 지사를 대체할 사람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전 지사와 우 전 정무수석 두 사람이 물망에 오르면서 정가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단 도백 경험이 있는 이 전 지사는 강원 평창 출신이면서 원주에서 중·고교를 나왔다. 원주갑 국회의원에서 사퇴하고 2022년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김 지사에게 패했다. 이후 경기 분당갑 지역위원장을 맡아왔다. 강원 철원 출신인 우 전 수석은 지난 대선 때 이 전 지사와 강원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누가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적합하냐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식당에서 만난 두 형제는 “이재명 정부 청와대 출신이라 우 전 수석에게 프리미엄이 있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반면 문화의거리에서 만난 홍모(59)씨는 “우 전 수석이 정계에서 주목받았을 수 있지만 강원도에서 인정받는 것은 별개”라며 “원주에서 학교 다니고 과거 청와대 시절 일을 많이 한 이 전 지사 인지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 한쪽에서 호떡을 만들던 이모(49)씨는 “김어준 유튜브를 매일 보는데 이광재도 강원도를 떠나 다른 데로 갔고, 우상호도 강원도 출신이라지만 여기서 한 건 별로 없지 않느냐"며 "보수 성향은 아니지만, 김진태 지사는 행사장 등에 엄청 찾아오고 얼굴을 자주 비치니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요일이던 지난 25일 강릉중앙시장 골목이 관광객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김성탁 기자

원주에서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했다. 영동은 영서보다 보수세가 더 강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변화의 기류는 감지됐다. 강릉중앙시장으로 가는 길에 이용한 택시 운전자 홍모(61)씨는 “60대 이상은 큰 변화가 없지만 그 아래 연령대는 민주당 쪽으로 많이 갔다”고 했다. 강릉에서 5선을 한 권성동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그는 “무소속으로 나올 때도 당선시켜주는 등 많이 밀어주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나와도 안 찍어 준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강릉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홍씨는 “여러 논란이 많아 사람들이 술 먹으면 시장도 민주당이 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중앙시장 먹자골목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렸다. 주말이면 KTX 등을 타고 왔다가 돌아가는 관광객이 여전히 많은데 일부 맛집만 그렇지 전체적인 경기는 좋지 않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권성동 표적 수사" 주장도
수십 년째 강릉에 살고 있는 이들 중에는 정치적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는 이들도 많았다. 26일 이른 아침 찾은 중앙시장에서 만난 건어물점 상인 김모(69)씨는 “강릉 사람 중에 생각이 바뀐 경우도 있지만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잘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민주당 출신이 나온다고 무조건 당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성동 의원도 표적 수사를 당했다는 입장이었다. “정치 바람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1억원을 받았다는데, 정치인들 다 캐면 몇억 안 받은 사람 누가 있겠어. 정권이 바뀌면 야당을 치는 게 정치 바람이지 뭐야. 전재수는 멀쩡하잖아요.”

민주당 지사 후보와 관련해 김씨는 “이광재가 강원에서 도지사도 하고 국회의원도 했는데 그 사람도 정치 바람에 넘어갔던 것”이라며 “우상호는 고향이 강원이라지만 이쪽 지역과 크게 얽힌 일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더라도 강원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은 영동과 영서를 불문하고 관찰되는 특징이었다.

26일 낮 춘천시 대표 번화가였던 명동 거리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김성탁 기자
이날 오후 고속버스를 타고 춘천을 찾았다. 춘천 지역구 의석 2곳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 개씩 갖고 있다. 원주와 함께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더 많은 표를 받은 지역이다. 춘천의 번화가였던 명동과 인근 닭갈비 골목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주차하기 편한 외곽 상권이 발달하면서 기존 도심은 낙후돼 가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닭갈비 가게 주인은 “워낙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아 정치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며 “앞치마를 왜 빨간색만 구비해 놓느냐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강원은 여론조사가 잘 안 맞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대선 출구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설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김성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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