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정에 밝은 한 일본 정부 관계자가 최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지난해 11월) 이후 격해진 일·중 관계를 얘기하다가 불쑥 나온 것이었다. “중국의 군사 시위와 무역 제재, 관광 취소 등 전방위 압박이 외려 다카이치 총리에게 정치적인 기회를 줬다”면서다. 다카이치 총리가 여소야대 정국을 깨트릴 ‘중의원 해산’ 카드를 과감히 던질 수 있게 한 숨은 공신이란 분석이었다.
사태 초기만 해도 일본 야권에서 비판이 나오고 경제계에서도 우려하는 등 약발이 먹히는 듯했다. 그러자 중국은 ‘다카이치 죽이기’를 작심한 듯 일본의 아킬레스건인 ‘희토류 수출 금지’를 꺼내 들었다.
결국 사달이 났다. 여론의 추는 ‘반중’으로 급격히 쏠렸다. 지난 26일 발표된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다카이치 내각의 대 중국 태도를 ‘평가한다’는 응답이 59%로 ‘평가하지 않는다’(28%)를 크게 웃돌았다. 내각 지지율은 69%로 고공비행 중이다.
중국은 일본 정계의 우군마저 잃었다. 전통적으로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중시해온 공명당,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에 날을 세우던 입헌민주당이 합당해 만든 신생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당 기본정책에 ‘(중국발 우려에) 단호히 대응’을 못박았다. 총선(오는 8일)이 코앞인 상황에서 민심을 수용한 것이다.
중국은 양국 갈등에 슬그머니 한국을 끼워 넣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지난 5일)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며 갈라치기 초식을 썼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한·일 정상회담(지난 13~14일)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문제는 다음 장이다. 만일 다카이치 총리가 지지층인 일본 우익이 원하는 대로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다음 달 22일)에 대신(장관)을 보낸다면. 또 이에 맞장구를 치듯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용 세몰이 차원에서 3·1절 기념사에 ‘과거사 사죄’ ‘독도 주권’을 강조한다면. 아마도 가장 반길 건 중국이 아닐까.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재임 말기에 “우익이 지나쳐서도 안 되고, 좌익 과격파가 폭주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중용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논란을 자초하면서도 일본 총리 최초로 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한국을 배려할 줄도 알았다. 극단의 팬덤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한·일의 지도자들에게 여전히 필요한 건 ‘중용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