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에 배치한 데 이어 미 공군의 핵 탐지 특수 정찰기까지 유럽에 전개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시간) ‘핵 탐지기’로 불리는 미 공군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가 영국 서퍽주 미 공군기지 밀든홀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WC-135R은 대기 중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집해 핵실험이나 핵 활동 징후를 탐지하는 특수 정찰기다.
이 기종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에도 투입됐고,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기 며칠 전에도 중동으로 배치된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 정찰기가 주로 러시아 인근에서 활동해 온 점을 감안하면 영국 배치는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방 소식통들은 이번 배치가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소식통은 “핵무기 존재를 탐지하기보다는 핵실험 금지 조약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통상적인 임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배치는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추가적인 군사 옵션을 검토하는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란에 핵무기 금지에 관한 새로운 합의에 서명할 것을 압박했다.
미국은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걸프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링컨호 항공모함 전단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함재기 약 70대를 운용한다. 미 해군 구축함과 정보·전자전 자산도 중동에 추가 전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은 미국의 잠재적 군사 행동에 대비해 전략 전투 드론 1000대를 육·해·공군과 방공 부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군 고위 관계자는 국영 TV에서 “걸프 지역의 미군 기지들은 우리 중거리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다”며 “미국이 공격할 경우 대응은 제한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즉각적이고 결정적인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적 압박도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유럽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며 “국가 정규군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내 타격 가능한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미국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 국가들은 물밑 중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저비용 작전을 선호하지만 대이란 군사 작전은 고비용이 될 수 있다”며 “궁지에 몰린 이란 정권이 더 무모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