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야당인 민주당 인사가 이끄는 도시에서 격렬한 시위나 폭동이 발생하더라도 직접 연방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기 전까지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네소타에서 연방 요원들의 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전국적 반대 시위로 확산되는데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재차 셧다운(일시적 정부 업무 중단)이 반복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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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요청까지 가담하지 말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민주당이 형편없이 운영하는 여러 도시들의 시위 또는 폭동에 대해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어떤 상황에도 가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많은 돈을 받는 미치광이들과 선동가, 반란자들에 의해 공격받는 모든 연방 건물들은 매우 강력하게 지킬 것”이라며 “내가 이민세관단속국(ICE) 또는 국경순찰대에 연방 정부 재산을 매우 강력히 보호하라고 지시했음을 유념하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방 요원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 차량을 발로 차는 행위, 요원이나 차량에 돌을 던지는 행위 등을 열거하며 “해당자들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후과를 겪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민주당 정치인이 주지사나 시장으로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군 병력을 비롯한 연방 요원을 투입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날 선언은 연방 정부의 일방적인 선제적 병력 투입 대신 지방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해당 지방 정부 인력이 우선 대응하고, 연방은 요청이 있을 때만 개입하는 쪽으로 선회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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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산 보호 지방 정부의 의무”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날 발표한 내용을 담은 성명 사본을 “바이든 임기 말에 로스앤젤레스(LA)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처럼 지방 정부에 통보한다”며 “주(州) 및 지방 정부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당신(지방 정부)에게 있고, 우리는 지원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날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연방 건물 침입 사건을 언급하며 “현지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방 정부가 반란자, 선동가, 무정부주의자들을 통제할 능력이 없으면 우리는 즉시 현장에 투입돼 상황을 매우 쉽고 체계적으로 수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연방 병력 투입에)불평하는 모든 지방 정부, 주지사, 시장들은 (연방에 대한 도움 요청)준비가 됐을 때 알려달라”며 “우리는 그곳으로 가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반드시 ‘부탁합니다(PLEASE)’라는 말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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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반대 집회…선거 역풍 감안한 듯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 이민자 단속 기조에 변화를 가한 핵심 배경은 이민당국의 총격 사건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역을 강타한 혹한 속에서도 이날 이민당국에 반대하는 시위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워싱턴 등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특히 ‘전국 봉쇄’(National Shutdown)라는 이름으로 시위를 조직한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일하지 말고 학교에도 가지 말고 쇼핑도 하지 말라”며 강경한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리조나와 콜로라도 등지의 일부 학교는 시위 참여로 인한 결석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수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반발하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자 미니애폴리스에 급파된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도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네소타주의 이민 단속 요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날 ‘지방 정부의 요청에 따른 연방 요원 투입’이란 노선 변경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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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압박 굴복?…“셧다운 절대 안돼”
트럼프 대통령이 단속 방침에 변화를 가한 또 다른 변수로는 셧다운을 불사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민주당의 ‘의회 투쟁’이 꼽힌다.
민주당은 이민세관단속국의 강격한 단속에 대한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소관 부처인 국토안보부(DHS) 예산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백악관은 지난달 29일 DHS 예산을 2주간 연장하는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고, 나머지 부처 예산은 초당적 패키지로 일단 통과시키는 절충안을 제시해 관철시켰다.
주요 부처의 예산안은 30일 밤 가까스로 상원을 통과했지만, 이번달 2일 소집되는 하원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일시적 셧다운에 돌입한 상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과 관련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척, 난 셧다운을 정말 싫어해. 셧다운은 절대 안되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나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이민세관단속국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국 요원들이 미국 시민 두 명을 총격 살해한 사건 이후 대중의 분노 속에 자신과 당이 직면한 정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해당 통화가 양보를 극도로 꺼리는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의 보기 드문 타협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