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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양자로 여는 Next-AI 시대 ‘퀀텀 점프’

중앙일보

2026.02.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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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100여년 전 겨울, 1922년 아인슈타인의 일본 강연장에 조선인 유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600여명의 우리 유학생들이 2.8 독립 선언을 외친지 3년 후의 일이다. 그들에게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최첨단 과학은 단순한 지적 유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로운 과학적 사고와 기술 자립만이 식민지의 어둠을 걷어내고 민족의 실력을 키울 ‘지적 무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국으로 돌아온 유학생들은 전국을 누비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소개했다. 그들은 과학이 독립의 밑거름이자 조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100여년 전 ‘과학으로 일어서는 나라’의 염원은 오늘날 여러 국가의 소리 없는 전쟁터, 양자 패권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원이 다른 연산 속도를 갖춘 양자 기술이 ‘Next-AI 시대’를 여는 열쇠이자, 경제와 안보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꿀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도체와 ICT 강국이지만, 양자에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기술 격차는 여전하고, 투자 규모에서도 중국은 22조원, 미국은 5조6000억원인 반면 우리는 4000억원으로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우리는 위기에서 기적을 일궈온 DNA를 믿는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인프라와 제조 역량은 우리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증명한다. 이번에 발표한 ‘양자과학기술 및 산업 육성 종합계획’과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은 이를 바탕으로 양자를 산업 현장과 국민의 삶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산물이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우리는 ‘융합’을 통한 폭발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2028년까지 ‘완전 국산 양자컴퓨터’를 선보이고, 2030년까지 전국에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것이다. 2035년에는 세계 1위 퀀텀칩 제조국이 되고자 한다.

이 여정의 핵심은 ‘사람’과 ‘생태계’다. 2035년까지 1만명의 인재와 2000개의 기업을 육성하겠다.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마중물을 부어 혁신이 자라나는 토양을 다지는 것, 이것이 ‘K-퀀텀 생태계’의 청사진이다.

그간 최전선에서 AI를 연구하며 연구실 안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온몸으로 경험했다. 그렇기에 우리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물결을 마주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뛴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백여 년 전 선조들이 과학으로 희망을 찾았듯, 이제 우리는 양자로 새로운 백 년을 설계해야 한다. Next-AI 시대를 여는 위대한 ‘퀀텀 점프’는 이미 시작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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