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전문기자 칼럼] “한 번 더 찾았더라면”…직권 복지보다 중요한 것

중앙일보

2026.04.13 08:12 2026.04.13 13:3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지난달 중순 울산시 울주군에서 아버지 A(34)씨와 네 자녀가 숨진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다. 긴급복지·아동수당·부모급여 등으로 보호하고 생필품을 제공했다. 지자체가 “많이 어려우신 것 같다”며 기초수급 신청을 권했다. 그는 “필요 없다. 괜찮다”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울주군을 찾아 “공무원이 직권 신청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당사자 금융정보 조회 동의 등의 절차를 건너뛰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복지 신청주의 한계를 손보려는 듯하다. 그러나 사각지대 축소도 좋지만, 본인 동의 없는 직권 신청은 개인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울주군 행정복지센터는 세 차례 방문하고 두 차례 전화 상담했다. 마지막 통화 후 보름 여 만에 사건이 터졌다. 행정센터 측은 “자주 말씀을 드려서 생각이 바뀌게 해야 했다. 좀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이라고 안타까워한다. A씨는 생후 5개월 막내와 3·5·7세를 양육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아내(35)는 연합뉴스에 “‘내가 말한다고 누가 들어나 주겠냐’ 등의 말을 하며 (남편이) 우울 증세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가족 5명이 숨진 집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누군가 더 찾아갔으면 비극을 막았을 수 있다. [연합뉴스]

가족 5명이 숨진 집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누군가 더 찾아갔으면 비극을 막았을 수 있다. [연합뉴스]

물품·금전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사·육아 지원, 전문가의 심리 상담 등이 더 절실했을 수도 있다. 센터 측은 “저희가 설득해서 (A씨가) 수급을 신청하고 그러면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이런저런 지원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번 더 찾아가 손을 잡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엔 업무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복지부는 두 달마다 이 센터에 100건 훨씬 넘는 사각지대 의심 사례를 내려보내 확인을 요구한다. 담당자는 2명. 이들은 긴급 복지, 고독사 예방 등을 챙긴다. 최근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큰 업무가 떨어졌다.

부산 북구의 통장 강모(66)씨는 ‘사각지대 발굴 천사’다. 그는 “(주민들은) 자기 속을 보이는 걸 싫어한다. 그래도 자주 찾아가 엄마나 친구가 되고 아픔에 공감하면 거의 다 서서히 문을 연다”고 말한다. 관계빈곤 시대에는 ‘직권 복지’보다 ‘한 번 더’가 이렇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조직·인력 보완이 필수적이다.

정부 도움을 모든 이가 달가워하는 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창한 국민연금 지원을 보자. 18세에 한 달 보험료를 자동으로 넣어주려 했다. 하지만 일부 청년이 “왜 가입을 강제하느냐”고 반발하자 원하면 지원하는 것으로 물러섰다. 청년의 국민연금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점을 간과했다. 복지는 권리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권리 챙기기도 선의로만 안 되는 게 있다.





신성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