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뒤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대기하던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오 14세(아래 사진) 교황 간 갈등이 전례 없이 격화하고 있다. 이란전쟁을 기점으로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원치 않는다”며 “교황은 범죄 문제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선 형편없다”고 썼다. 이어 “나와의 관계를 고려해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교회(가톨릭계)가 그를 선택한 것”이라며 “내가 백악관에 없었다면 레오는 바티칸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오 14세는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는 교황으로서 본분에 충실해 상식적으로 활동해야 하며, 급진 좌파에 영합하는 것을 멈추고 정치인이 아니라 훌륭한 교황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를 직접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레오 14세. [EPA=연합뉴스]
약 1시간 후 트럼프는 본인을 예수로 묘사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도 게시했다. 이미지 속 트럼프는 예수를 묘사할 때 통상 등장하는 붉은색 튜닉을 걸치고 환자로 보이는 사람의 이마에 축복을 내리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교황이 연일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이어오는 가운데 나왔다. 교황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된 지난 11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 기도회에서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으며, 폭탄을 투하하는 자들은 더욱 더 축복하지 않는다”며 “자아와 돈에 대한 우상 숭배는 이제 그만! 권력 과시는 이제 그만!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문명사회가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하자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앞서 미 매체 더프리프레스는 7일 교황청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월 미 국방부 고위 인사들이 교황청 소속 고위 외교관을 펜타곤(미 국방부 건물)으로 불러들였다”며 “‘미국은 군사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교황청은 미국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거친 경고가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황은 쓴소리와 함께 수습에 나섰다. 교황은 13일(현지시간) 알제리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전능하다는 망상’에 대한 비판이 트럼프나 누구를 직접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논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모든 이가 전쟁을 피할 길을 모색하도록 하는 일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