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올해 성과급으로 40조원을 요구했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AI 시대의 도래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나 발생한 일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원을 넘었고, 올 한해 반도체 영업이익은 270조원이 될 전망이다. 만약 노조의 주장대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40조원이 넘는다. 이는 삼성전자 작년 R&D 총비용 37조7000억원보다 많고 주주배당금 11조1000억원의 4배나 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7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 연합뉴스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려는 노조
달콤한 보상보다 미래에 투자해야
회사와 직원 장기 상생 철학 필요
공동체 미래이익 시스템 마련해야
SK하이닉스는 작년에 노사합의를 통해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그 상한선을 폐지했다. 올해 약 251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1인당 평균 약 7억원, 맥쿼리 예상 내년도 영업이익이 447조원이라고 하면 내년에는 약 13억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정부도 반도체경기 호황으로 SK하이닉스로부터 2024년 3조6000억원, 2025년에는 7조40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받았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불황이었던 2023년도에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7조7300억원에 달했고 삼성전자DS부분도 14조8700억원의 적자를 보았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적자와 위기 상황이 닥쳐도 노조에서 그 해 연봉을 스스로 삭감했다든가, 정부도 그동안 거두어들인 법인세에서 일부를 환불해 주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익이 나면 우선 나누어갖고, 손실이 발생하면 나몰라라하는 조직은 공동체로서 미래가 없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을 심하게 타고 영업 손실이 일어나도 끊임없이 R&D와 설비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의 선두에 있던 일본도 결국 소극적 대응으로 업계에서 사라진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요시모리 마사루(吉森賢) 명예교수가 쓴 『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에는 BMW, 폭스바겐, 포르쉐, 보쉬, 베텔스만, 머크, 푸거, 크루프, 자이스 등 백년에서 이백년이 넘은 독일 장수기업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대부분 가족기업으로 출발하여 창립 당시의 가치와 이념을 유지하면서 공적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가운데 베텔스만의 기업연금제도와 이익참여제도가 흥미롭다.
베텔스만은 소규모 출판회사로 시작하여 TV, 라디오, 인쇄, 미디어 사업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했다. 출판사 랜덤하우스, 펭귄북스, 더블데이, 밴텀북스, 잡지 보그, 베니티페어, 뉴요커, 음악사 소니BMG, RCA, 유럽TV RTL, 인터넷 회사 AOL, 영화사 타임워너 등 다양한 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베텔스만은 직원들을 위해 사내 복지시스템을 만들었는데, 1955년에 시작한 기업연금제도는 은퇴 후 빈곤하게 살아가는 퇴직자들을 위해 30년 근속한 직원에 대해 마지막 세전 급여액의 42%를 매월 회사가 지급하고 남편 사망 후 부인 등 가족에게도 적용시켰다.
1970년에 도입한 이익참여제도는 “베텔스만 모델”로 유명하다. 회사에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세전이익을 종업원에게 나누어주되 이 배분이익은 25년간 출금할 수 없고, 모아진 기금은 회사가 연 2% 정도로 다시 대출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마치 회사가 사내은행을 설치해서 장기 근속사원에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회사와 공생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회사는 이익을 이미 직원들에게 배분했기 때문에 법인세를 덜 납부할 수 있고, 회사가 자금이 필요한 경우 은행대출이 아니라 이 기금에서 안정적으로 대출받을 수 있기에 장기 투자가 가능해진다. 만약 만기 이전에 현금이 필요한 사원이 있으면 월 1회 여는 사내 거래소에서 다른 직원에게 자신의 이익참여권을 매각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한 때 직원의 금리 수익은 월 급여액의 20% 정도까지 달했다고 한다.
크루프 그룹도 일찍이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해서 근속 40년의 직원은 은퇴 후 평균임금의 75%를 지급받고, 20년 이상 근속직원 등은 근속연수에 따라 평균임금 40%의 연금을 지급받았다. 남편 사망의 경우 부인도 남편 연금의 50%, 15세 이하의 자녀는 부친 연금의 10%를 받았다.
독일 기업들의 교훈처럼 회사가 구성원과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사회안전망 제도를 마련해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 IMF 위기 때 구조조정의 어려움 속에서 일부 능력 있는 직원들은 조기퇴직 수당을 받고 회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 이처럼 조직의 장기적 명운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5월21일~6월7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성과급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호황 때문에 늘어난 법인세와 소득세로 선심성 추경을 편성하는 정부나 영업이익 배분만 원하는 노조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초격차 기술개발과 제품생산을 위해 R&D와 시설투자에 온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것만이 국가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이루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