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 답안이 중국인 응시자들 사이에서 사전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국내 한 토픽 고사장에서 중국인 유학생 A씨가 시험 답안으로 추정되는 쪽지를 보다가 적발됐다.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은 A씨가 중국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답안을 사전 입수한 것으로 보고 응시 자격을 박탈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날 중국 현지에서는 시험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슈(Xiaohongshu)’에 토픽 답안으로 보이는 문서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처럼 쪽지를 지참하지는 않았지만, 유출 답안을 외워 시험을 치른 응시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답안 유출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대륙별 시차가 꼽힌다. 이번 시험은 지난 11일 미국·유럽·아프리카·오세아니아에서 먼저 치러졌고, 다음 날인 12일 한국·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실시됐다. 그런데 양일 시험은 일부 문항을 빼면 문제가 거의 비슷하다. 결국 11일에 시험을 먼저 본 응시자가 문제와 답을 외워뒀다가 12일 응시자에게 넘기면, 받은 쪽은 답을 거의 미리 알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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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에 토픽 수요도 늘어…대리응시까지 성행
토픽 수요는 한류 인기와 외국인 유학생 유입이 맞물리며 가파르게 커지는 추세다. 응시자 규모는 2021년 33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55만명대로 4년 새 22만명가량 불어났다.
이와 함께 토픽 부정행위 적발 건수도 늘고 있다. 지난해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국립국제교육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토픽 부정행위는 2020년 182건에서 2021년 331건, 2022년 240건, 2023년 421건, 2024년 414건 등 5년간 1611건이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허용되지 않은 통신기기 소지(488건)가 가장 많았고, 대리응시·의뢰도 137건에 달했다.
교육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를 통해 부정행위자를 추가 적발·조치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며 “대륙별 시차를 이용한 답안 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대륙별 시험지 간 유사성을 없애는 등 공정성 강화 대책을 마련해 오는 7월 시험부터 즉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픽은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공식 시험으로, 국내 대학 입학·졸업 요건이나 취업·체류 비자 발급 시 자격 기준으로 폭넓게 쓰인다. 듣기·읽기·쓰기 세 영역으로 치러지며 점수에 따라 1급부터 6급까지 등급이 매겨진다. 가장 높은 6급은 학문적·전문적 영역에서 한국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수준으로 평기된다.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려면 토픽 3급, 졸업하려면 4급 이상을 갖추는 것이 교육부 권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