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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투자 매력 떨어뜨리는 노란봉투법

중앙일보

2026.04.16 08:22 2026.04.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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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아 온 한국의 투자 매력이 흔들리고 있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국내 진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2026년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선호도 3위로 밀려났다. 중국 영향권에 있는 홍콩에도 뒤졌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기업들이 한국 경영의 최대 애로로 ‘노동 정책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꼽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부정 평가는 1년 전 9.4%에서 이번에 무려 71%로 수직 상승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노동환경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중심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원청이 이익을 독점하고 하청 노동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현실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지금 제도는 사용자 범위와 교섭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모호해 기업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경영상 판단까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하청 노조의 개별 교섭 요구까지 허용되면서 기업들은 “1년 내내 교섭만 하다 끝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실제 현장 혼란도 커지고 있다. 법 시행 후 한 달 만에 1000개가 넘는 하청 노조가 300곳이 넘는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차·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은 다수 노조와 연쇄 협상 압박을 받고 있다. 주한 유럽상공회의소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며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최근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과감한 규제 개혁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도 상충하는 부분이 많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은 줄여야 한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은 사용자성이 명확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교섭 범위도 ‘가능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열어둘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노동권 보호와 산업 경쟁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떠나는 나라에 좋은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한국 기업조차 해외를 택하고, 해외 기업은 한국을 외면한다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제도란 말인가. 고용 절벽에 선 청년을 생각한다면 조속히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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