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 트럼프 대통령이 예수로 묘사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교황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선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비판적 메시지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교황이 있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곤경에 처할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교황은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하는 성명을 냈다.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며 “나는 교황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내게는 반대할 권리, 교황과 의견이 다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교황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한다면 그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교황과 다투는가”라는 기자 물음에 “나는 옳은 일을 해야 하고, 교황은 그걸 이해해야 한다”고 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교황의 형 루이스 프레보스트가 ‘열렬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라면서 “나는 교황과 아무런 원한이 없고 그와 싸우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일관되게 반전 메시지를 내 왔으며 이란에 핵무기를 허용하는 취지로 말한 적이 없어 사실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교황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하루 뒤 삼종기도에서 “무기가 아닌, 진실하고 책임감 있는 대화만이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며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교황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서는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며 “군사 행동은 자유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했다. 또 같은 날 다른 글에서 “기독교 동방의 성지에서 비인간적인 폭력이 확산하고 있다”며 “전쟁이라는 신성 모독과 이익 추구의 잔혹함 속에서 인간의 생명은 부수적 피해로 취급되고 있다”고도 했다.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은 채 전쟁으로 무고한 인명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고 군사행위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낸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등이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을 “하느님의 섭리”, “성전(Holy War)”으로 묘사하며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자 부인하는 취지로 올린 글로 풀이됐다.
최초의 미국인 출신 교황 레오 14세는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폭격 이후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 왔다.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타격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폈을 때에는 “세상은 지금 또 하나의 전쟁 앞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무력으로는 결코 정의가 세워지지 않는다”며 전쟁 자제를 촉구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종전 협상 합의를 압박하며 “하나의 문명이 사라질 수 있다”고 위협한 데 대해 “전능에 대한 망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전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 왔을 뿐 이란에 핵무기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없었다. 오히려 교황은 지난해 6월 “핵 위협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고, 지난달 5일에도 “핵 위협이 다시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핵무기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 발언을 왜곡하며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는 지적이 일부 외신에서 나왔다. 미 온라인 뉴스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는 허위 주장을 펼쳤으며 최근 며칠간 (교황에 대한) 공격이 거세졌음에도 교황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