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란 놈이 건방지게!” 박정희 움직인 당돌한 편지 [이명박 회고록]
중앙일보
2026.04.18 19:56
2026.04.18 20:06
‘해외 건설 현장에 나갈 역군 모집’
1965년 봄, 신문을 보다가 눈이 번쩍 떠졌다. 현대건설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1기(두 번째 공채이나, 대졸은 첫 공채) 모집 광고였다.
1975년 4월 29일자 경향신문 7면에 실린 현대건설 인력 모집 광고. 해외파견 건설기술자 등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65년 이와 비슷한 구인 광고를 보고 현대건설에 지원했다. 사진 경향신문
현대건설?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 광고 문구는 실로 매력적이었다. 돌파구를 찾을 길 없어 답답해했던 당시의 나는 늘 더 큰 세상을 동경하고 있었다.
급히 조사해 본 현대건설은 직원이 100명 남짓 되던 작은 업체였다. 건설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는 것 같았지만, 일반인이 이름만 듣고 단번에 알아챌 정도의 회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나는 현대건설에 이력서를 제출했고, 필기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바짝 긴장한 채 면접장으로 들어선 나는 거기서 그를 처음 만났다.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과의 운명적인 첫 조우였다. 당시 나는 24세, 그는 50세였다.
서울 무교동에 있던 현대건설 본사 사옥. 1961년 입주했다. 사진 현대건설
6·3 주도하다 수감...박정희, 나를 가로막다
1965년 2월,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장벽이 버티고 있었다. 국가였다.
그에 앞서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친 ‘사고’ 이야기부터 하는 게 제대로 된 수순일 듯하다. 내성적이던 성격을 바꿔보고자 단과대 학생회장에 출마한 것이다. 학우들이 나의 진정성과 노력을 알아준 덕택에 나는 ‘물량 공세’를 퍼붓던 유력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그때 대학가는 뜨거웠다. 대학생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 없이 경제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한일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며 들고 일어섰다. 나는 시위에 소극적이던 당시 총학생회장을 대신해 고려대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6ㆍ3 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다가 시위 주동자로 붙잡혀 5개월 동안 서대문 형무소에서 강간, 살인, 강도 등을 저지른 강력범들과 한방에서 지냈다.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복학한 나는 졸업 시험을 통과해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좀처럼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졸업 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두 곳에 지원한 나는 모두 필기시험을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 학생 운동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감옥을 나선 그 순간부터 서슬 퍼런 중앙정보부(중정)의 요시찰 대상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6·3 시위를 이끌면서 감히 반기를 들었던 나를 국가는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막막했다. 이러다가 계속 백수로 지내야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무거운 절망감이 머리를 짓누를 무렵, 신문에서 운명과도 같은 현대건설 구인 광고를 봤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불합격했다. 면접을 잘못 본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정 사장이 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그 자리에서 사실상의 합격 통보까지 받았다.
그런데 왜 떨어졌을까. 배후에 한 인물이 있었다. 대학과 기업을 거치는 동안 정주영 씨 만큼이나 나에게 운명적인 존재였던 인물.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1960년대 중후반의 박정희 대통령. 중앙포토
박 대통령이 어떻게 나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는 말일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박정희라는 어마어마한 난관을 뚫고 결국 현대건설에 입사할 수 있었을까.
절망 속에서 ‘내 길을 막지 말아달라’고 최고 권력자에게 쓴 편지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전달되리라 기대조차 못 했던 편지가 박 대통령에게 전달돼 현대건설에 입사한 과정, 그 운명 같은 일들을 되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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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란 놈이 건방지게!” 박정희 움직인 당돌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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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박진석.김상진.김기정.왕준열([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