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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은 이르다”…중동전쟁 오독 셋, 공급망·금리·TACO 함정

중앙일보

2026.04.21 00:01 2026.04.2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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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휴전 만료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은 여전히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 코스피는 21일 종가 기준 2.72% 오른 6388.47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쟁 이전을 뛰어넘는 성적표다. 국제유가도 하락세로 종전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미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이란 전쟁의 전개 양상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세전쟁, 러·우 전쟁과도 다르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놓치고 있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두려움 없는 소녀(Fearless Girl)' 동상 너머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두려움 없는 소녀(Fearless Girl)' 동상 너머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① 해협은 SNS로 안 열린다-공급망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나 행정명령 한 줄로 관세를 유예했지만, 물리적으로 파괴된 인프라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협상 타결만으로 곧바로 정상화되지 않는다. 에너지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비가 최대 580억 달러(약 85조원)에 달하고, 생산량 회복에 최장 2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해 범위는 원유에 그치지 않는다. BNY의 수석시장전략가 제프 유는 “이번 교란이 원유를 넘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에 필수적인 헬륨 등 핵심 원자재로 확산했다”고 짚었다. 여기에 봉쇄 충격은 아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피해가 일부 지역에 그친 러·우 전쟁과도 다른 부분이다. 오르비스 수석투자전략가 패트릭 오도넬은 “주식시장은 낙관적 시각으로 상황을 보고 있지만, 중동 분쟁의 여파가 세계 경제와 시장에 상당히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②중앙은행 교본이 없다-금리 리스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은 “증시는 무역 전쟁 당시의 ‘긴장 고조 후 완화’ 전략을 이란 전쟁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긴장 완화를 시사하면 시장은 성장에 제한적 영향, 물가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신속한 해결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전쟁에서 긴장 완화는 일방적 결정이 아니며, 시장이 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에너지 공급 충격이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면서 금 가격도 개전 이후 8.5%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 기능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기를 달궈야 할지, 식혀야 할지 명확한 교본이 없다”고 토로했다.

③트럼프는 마에스트로가 아니다-타코(TACO)의 함정
미국의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식 협상 패턴이 반복된 점도 투자자들 무뎌지게 한 요인이다. BCA리서치 수석지정학전략가 맷 거트켄은 “시장은 ‘해방의 날(상호관세 선포일)’ 때처럼 트럼프가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완벽한 타이밍에 진정시킬 수 있는 마에스트로라고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란은 직접 공격을 받았고, 훨씬 더 높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며 경로 예측 자체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의 거시경제책임자 짐 리드는 2022년 러·우 전쟁 초기 스탠더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조기 종전 기대감에 10% 이상 급등했다가 연말에 19% 하락,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사례와 비교했다. 낙관론이 먼저 달리고 실망이 뒤따랐던 패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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