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인근 건물에 농협법 개정안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정부가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도록 관련 개혁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장에선 조합장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정부·여당은 농협 비리 근절을 위해 외부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합장들은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이라고 맞서고 있다.
21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농민·농축협 조합장 2만여 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농협 자체 설문 결과, 조합장의 96%가 반대하는데도 정부가 공론화 절차 없이 회장 직선제를 졸속 추진하고 있다면서다.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호동 현 농협중앙회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아무리 좋은 취지의 법안이라도 그 법을 직접 적용받을 구성원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안착하기 어렵다”며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합의안이라면 농협은 그 개혁의 짐을 기꺼이 짊어지겠다”고 찬조 연설을 했다. 헌법 123조의 ‘농어민의 자조조직 육성과 자율적 활동 보장’ 조항과 농협법 9조의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 등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따라 농협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두 차례 당정협의를 통해 농협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2005년, 2009년, 2021년에 이은 4번째 개혁안이다. 과거에도 개혁안은 중앙회장의 대표성은 인정하되 연임·중임을 방지하고, 인사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손질해왔다. 그럼에도 중앙회장이 여전히 ‘농민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농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금품 선거 등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 꺼내 든 카드가 중앙회장 직선제다. 소수의 조합장(1110명)이 행사해 온 투표권을 전체 조합원(187만 명)에게 배분해 1인 1표를 직접 행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적용 시기는 강 회장의 임기 종료 이후인 2028년 3월부터다. 또 별도 특수법인 형태의 통합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중앙회·조합·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사 기능을 수행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선거 비용이 늘면서 정작 농업인 지원 축소, 농가의 경영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회장 단독 선거 시 선거 비용은 170억~19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3년 농협 조합장 선거에 272억원이 투입된 만큼 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면 전체적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의 방만 운영이 개선되면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을 고려하면 선거제 개편의 실익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주면 오히려 중앙회장의 권한이 강해지고, 인지도 경쟁과 선거 정치화가 심화할 거란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선 농업인에게 개혁안의 취지와 기대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고, 6월까지 조합원 직선제 도입 시 우려되는 사항에 대한 보완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회장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조합원 자격 유지기간, 판매사업 이용 실적 등을 바탕으로 피선거권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