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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의 뉴스터치] 교황 레오 14세

중앙일보

2026.04.21 08:08 2026.04.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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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 논설위원

신준봉 논설위원

세상에서 가장 힘센 두 미국인의 충돌이 진정되는 모양새다. 사상 첫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사진)가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논쟁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다. 줄기차게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교황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선 형편없다”고 비판하자, 교황이 “트럼프 행정부가 두렵지 않다”고 반응하며 촉발된 갈등 말이다.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루안다 파티마 성모 성당에서 주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루안다 파티마 성모 성당에서 주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인 레오 14세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최근 발언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말해진 것에 대한 해설에 대한 해설(commentary on commentary)이었다”며 “모든 면에서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의 오독이라는 것이다. “군사·경제·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종교와 신의 이름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딱하다”는 16일 카메룬에서의 발언 역시 “2주 전에 준비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드시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왕권(王權)과 교권(敎權), 세속 제왕과 가톨릭 교황 사이의 대립은 장구한 가톨릭 역사에서 새로울 게 없다. 왕국은 권력 정당성을 위해 교황의 축복이, 교황은 이민족의 침략에 맞서 왕국의 보호가 필요했다. 근·현대 이후 이런 긴장 관계가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레오 교황의 유화적인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은 자신의 사소한 선택조차 가톨릭 교회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근거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존재다.(『레오 14세 교황의 생각』)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을 문제 삼은 교황의 발언 역시 우발적인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남미 출신 첫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내 진보·보수 세력 모두 성에 차지 않아 했다. 덜 개혁적이거나 지나치게 개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태어나 남미 페루를 경험한 레오 14세는 서구 세계와 글로벌 사우스, 교회 전통과 사회 정의 실천 사이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종교의 평화 강조는 당연한 일이다. 무리한 전쟁을 벌이는 정치권력과 교황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다.





신준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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