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마즐리스)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명시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가결했다.
21일(현지시간) 이란 프레스TV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확립에 관한 법률’로, 총 12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본회의 토론·표결을 위해 의회 의장단에 송부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 19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과 통행료 부과 법안의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다”(파르스통신)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근처 걸프만의 화물선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환경·보안 서비스 명목의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위원회 소속 바히드 아흐마디 의원은 “통과 가능한 선박의 종류와 안전 항로를 규정하고, 적대국 소속 또는 연관 선박의 통행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선박은 이란 당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하며, 통행료는 이란 리알화로 지급하도록 했다. 모하마드 레자 레자이 쿠치 의원은 “법이 시행되면 적대국 및 ‘저항의 축’에 반하는 국가·단체의 선박은 해협 통과가 금지된다”며 “해운 서류에 ‘페르시아만’이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통행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 선박을 나포하고 화물 가치의 약 20%를 몰수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 강화에 대응해 호르무즈해협을 ‘주권적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그간 선박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 부과와 함께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방식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상을 제도화해 해협 통제를 장기적인 협상 카드로 고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주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유엔 산하 유엔지명전문가그룹(UNGEGN)은 해당 해역의 공식 명칭을 ‘페르시아만’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이를 국가 주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라비아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갈등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