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휴전 만료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오후까지 JD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측 협상단이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으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관계자는 밴스 부통령이 참여하는 정책 회의 일정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는 이날까지 2차 협상 참석 여부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있어, 미국 협상단이 이란의 협상 참석 확답을 받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스티브 윗코프 대통령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은 이날 오전 메릴랜드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출발해 파키스탄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회담은 파키스탄 현지 시간 21일 또는 22일 진행될 거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밴스 부통령은 워싱턴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미국 측 사정에 정통한 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테헤란(이란)이 미국의 협상 입장에 응답하지 않아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이 연기됐다”며 “하지만 방문 일정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JD밴스 부통령이 보수 단체인 '터닝포인트 USA' 행사 참석을 위해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투'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이 미국에 발이 묶인 사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종전협상 참여 여부와 관련) 어떠한 최종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은 이란 측의 우유부단함 때문이 아니라, 미국 측이 보여주는 모순된 메시지와 일관성 없는 행보, 그리고 용납할 수 없는 조치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어 “2018년 미국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핵합의)을 일방적으로 탈퇴했을 당시에도, 이란은 이후 1년 동안 자신의 약속을 완벽하게 이행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이란 상선을 함포 사격해 나포한 조치에 대해 “국가 주도의 해상 해적 행위의 전형”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 세계 항행의 자유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미국의 이런 행동이 진정한 외교적 절차를 추진하려는 의지와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 만료 시한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22일 저녁 8시(한국 시간 23일 오전 9시)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만료를 앞둔 이날까지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핵심 쟁점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파키스탄에서 협상이 재개돼 종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JD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측 종전협상 대표단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과의 1차 협상을 종료한 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실을 브리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이날 오전 생방송으로 진행한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이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결국 훌륭한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전 기간과 관련해선 “연장할 생각이 없다”며 합의 불발 시 “(이란) 폭격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군은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이란을 압박했다.
미 재무부도 이란을 압박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의 공격용 무인항공기(UAV)의 서보모터를 조달하거나 탄도미사일 추진제의 전구체를 조달한 혐의로 이란과 터키, 아랍에미리트(UAE)에 기반을 둔 개인 8명과 단체 4곳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이란에 대한 미 재무부의 제재 프로그램인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의 일환이라고 OFAC은 설명했다. OFAC은 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요원과 무기, 장비, 자금의 수송에 관여한 이란 마한항공의 항공기 2대를 동결 재산으로 지정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이란 정권은 세계 에너지 시장 갈취와 미사일 및 드론을 이용해 민간인을 무차별로 표적으로 삼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재무부는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과 이란 정권의 무모한 행태와 이를 조장하는 세력을 겨냥하는 것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