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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에 쪽지 숨겨져 있었다” ‘노태우 구속’ 검사 놀란 이유

중앙일보

2026.04.21 13:00 2026.04.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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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검찰 시대’ 연 노태우 비자금 수사


" 검찰의 전직 대통령 수사 중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가 가장 압도적인 박수를 받은 사건이다. 당시는 전직 대통령이 돈을 받는 것 자체를 성역으로 생각했다. ‘건드리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깨고 정공법으로 수사를 강행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

1995년 11월 수천억대 비자금을 은닉한 노태우 전 대통령(1932~2021년, 이하 존칭 생략)을 소환조사하고 구속한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던 문영호 변호사는 취재팀에게 ‘첫 전직 대통령 수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오는 10월 해체되는 검찰에게는 흑역사의 낙인이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국민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받던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다. 노태우 비자금 수사는 검찰의 화양연화 시대를 연 전주곡이었다.

" 수사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몸소 느꼈다. 서울 송파 집에서 서초동 대검 청사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에 시민들이 나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고, 청사에 격려 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지금이야 간혹 있는 일이지만 그전까지는 없던 초유의 일이었다. "

노태우 비자금 수사의 주임 검사였던 문영호는 ‘성역’의 벽을 깼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고 구속했다. 부정축재를 관행처럼 여기던 대통령 통치자금에 대해 처음으로 뇌물 혐의를 적용해 단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감 소식을 전한 1995년 11월 17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감 소식을 전한 1995년 11월 17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노태우는 화끈하기보다는 약간 진중하고 조용한 스타일이라고 문영호는 기억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속을 알 수 없는, 검사 입장에서는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 인정하는 것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청와대 실무자의 이름이나 다른 관련자의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면 ‘아마 맞을 거다’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

문영호가 이끈 수사팀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은행의 차명 계좌 자료 등 증거들을 찾아내 퍼즐을 맞췄다. 기업인들로부터 챙긴 돈이 ‘통치자금’이라는 변명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는 논리를 구축함으로써 노태우의 자백을 이끌어냈다.

" 노 전 대통령을 처음 조사할 때 가족이 준비한 도시락을 허용했다. 그런데 도시락 보자기에 메모 쪽지가 끼워져 있어서 그걸 확인해야 했다. 쪽지는 공범과 입을 맞추려 할 때 종종 시도하는 수법이다. "

그리고 반강제로 쪽지를 확인했을 때, 문영호는 노태우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도시락에 쪽지를 숨긴 인물은 누구였을까.

노태우 비자금 수사는 “전직 대통령이라도 예외가 없다”는 권력형 부패에 대한 사법 원칙을 세웠다. 이후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그리고 윤석열까지 전직 대통령 수사가 거침없이 이어질 수 있는 ‘성역 없는 수사’의 신호탄이었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문영호 변호사. 김경록 기자

노태우 비자금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문영호 변호사. 김경록 기자


취재팀은 최근 문영호 변호사를 만나 노태우 비자금 수사에 얽힌 비화를 청취했다. 수사 당시 ‘논리적이고 치밀한 수사에 능한 칼잡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문영호가 육성으로 전하는 사건의 내막과 의미를 관찰할 수 있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태우의 비자금 300억원'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재조명을 받는 시점에 문영호는 흥미로운 증언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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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에 쪽지 숨겨져 있었다” '노태우 구속' 검사 놀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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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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