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 전작권 전환에 “정치적 편의주의 안 돼”
중앙일보
2026.04.21 13:42
2026.04.21 17:34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8월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사령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정을 미리 정해두고 추진하기보다 전환에 필요한 군사적 역량과 안보 조건 충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전작권 전환은 철저히 조건에 기초해야 한다”며 “조건에 집중해야만 미국과 한국 모두가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10월 워싱턴 DC에서 열릴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구체적인 목표 연도가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정치적 편의주의’라는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러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간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운용 방향에 대해 병력의 ‘숫자’보다는 ‘역량’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반도는 미 본토 방어와 역내 국익 증진의 핵심 전략 요충지”라며 “급변하는 전략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규모에서 역량으로의 전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배치될 구체적인 군사적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향후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억지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부대의 인·태사령부 훈련 참여를 언급하며 “한국에서의 능력을 인·태 전역의 억지 지원을 위해 투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여 대중(對中) 견제 등 역내 안보 역할에 투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으로 김정은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는 더 경험 많은 군대를 목격하고 있다”며 “(북한군은)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돌아와서는 다른 부대를 훈련시켰으며, 그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최대한 활용해 훈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동맹국들을 비난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 지도자가 동맹을 비웃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권위주의 국가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