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전날 미사일총국이 “개량된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라’ 형의 전투부 위력 평가를 위한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공개한 시험 장면엔 집속탄 탄두에서 떨어져 나온 자탄들이 표적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듯 쏟아지는 모습이 담겼다. 북한은 전술탄도미사일 5기를 발사해 12.5~13 헥타르(ha) 면적을 높은 밀도로 강타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축구장 약 18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에 집속탄과 극초음속 활공체(HGV) 탄두를 장착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우리 군이 준비하는 맞춤형 요격 체계의 전력화 시기는 더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은 약 8673억원을 투입해 2028년부터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II ‘활공단계요격미사일’ 개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탐색·개발(2028~2031년)-체계 개발(2029~2033년)-양산(2034~2037년) 단계를 거치는데, 2035년쯤 초도 전력화가 이뤄질 것으로 방사청은 추정한다. 이는 지난 2023년 제15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해당 사업을 심의·의결하면서 초도 전력화 목표 일정으로 삼은 2033년에서 최소 2년 늦어진 것이다.
방사청은 L-SAM-Ⅱ를 ‘고고도요격미사일’과 ‘활공단계요격미사일’ 두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중 활공단계요격미사일은 공력비행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요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포물선을 그리면서 낙하하는 통상의 탄도미사일과 달리 북한의 화성 계열 미사일은 공력 비행과 변칙 기동을 구사한다. 한·미 요격망으로 방어하기 어렵단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활공단계요격미사일이 있으면 북한의 미사일이 활공비행을 시작하기 전인 중간 단계에 진입할 때 요격이 가능한 만큼 해당 체계 확보가 필수라는 게 군의 판단이다.
이 사업은 앞선 두 차례(2023년·2024년)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 미확보’ 판정을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L-SAM-Ⅱ의 대(對) 항공기 요격 기능이 이미 L-SAM이 갖춘 기능과 중복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 달 L-SAM-Ⅱ의 해당 기능을 없애는 쪽으로 소요를 수정할 방침이다. KIDA에 의뢰해 방어 효과를 입증한 뒤 올해 하반기 세 번째 사업 타당성 조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군 당국이 L-SAM-II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은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비대칭 전력’ 패키지 구축에 골몰하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화성-11마’ 극초음속미사일을 공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의 파생형으로, 글라이더형(가오리형)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장착한 모습이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회피 기동을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0월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인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화성-11마'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지난 6~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가’에 전자기펄스(EMP)탄·집속탄 등 각종 탄두부를 탑재한 시험도 진행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가’형의 산포 전투부로 6.5~7㏊의 표적 지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축구장 10개 정도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KAMD 체계.사진 강대식 의원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종말 단계에서의 요격에 앞서 저고도(40㎞)에서 변칙 기동을 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집속탄은 정점 고도를 지나 하강하면서 고도 20㎞ 지점에서 자탄을 살포하는데, 중간 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해질 경우 무력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관련 기술 확보가 어려워 전력화가 지금 목표보다도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외에선 미국과 일본이 약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들여 2030년대 초반 전력화를 목표로 활공단계요격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억 7000만 유로(약 4670억원)를 들여 극초음속방어요격 유도탄을 개발하고 있는데, 2030년대 중반에야 전력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군 안팎에서는 사실상 미사일 발사와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장비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대식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고도화하고 실전경험을 쌓으면서 운용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