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하원 군사위 홈페이지 캡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어제(현지시간 21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정치적 편의주의(political expediency)가 조건을 앞서면 안 된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나와 “한반도는 미국 본토를 방어하고 이 지역에서의 미국 국익을 증진하는 데 핵심적인 전략적 요충지”라며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조건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더 안전해지고, 한국이 더 안전해진다”고 강조했다.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지만 실행이 늦춰져 왔다. 북한의 핵무장 등 한반도 안보 환경의 변화와 준비 태세 확보 등이 늦춰진 이유였다. 대체로 진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전작권 환수를 강하게 추진해 왔다. 이재명 정부 역시 임기 내 전작권 환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올해를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의 독자적 억지력과 작전 능력이 충분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 정부가 실질적인 준비 상황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더 앞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환수가 실행되려면 미국과의 합의가 필요한데, 미군 고위층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오는 10월로 예정된 연례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의 논의가 썩 원만하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 우려할 점은 최근 각종 현안에서의 한·미 간 불협화음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등 대우에 불만을 갖고 있고, 이로 인해 안보 현안에 대한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에는 정동영 장관의 국회 발언으로 인해 대북 위성 정보의 공유가 제한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이런 상황은 전작권 환수를 위한 여건 조성에 역행하는 것임은 물론, 전작권 논의 과정에서의 이견이 한·미 갈등의 증폭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전작권 전환의 유일한 기준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충분한 억지력과 유사시 작전 능력을 갖췄는지의 여부다. 우리 역량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도 필요하다. 비단 브런슨 사령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조건이 우선”임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