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1일(현지시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 (한·미) 연합군은 세계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 억제력 발휘로 확장돼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공개된 미 상·하원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동맹의 현대화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며 “미국은 1953년 상호방위조약을 준수하는 한편 양국 연합군은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한·미 동맹이 기존에 집중했던 대북 방어 외에 중국 등 역내 세력 균형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같은 맥락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은 국무부, 각 군부대, 산업 파트너들의 지원을 받아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지원하기 위한 ‘권역 지속지원 허브(regional sustainment hub·RSH)’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지·보수·정비(MRO)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방위 산업 기반을 활용하고, 더 많은 유엔군사령부(UNC) 회원국의 역량을 통합하는 등의 노력이 시행되면 우리 작전 지역 전반에 걸친 ‘거리의 제약’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이 밝힌 ‘권역 지속지원 허브’ 개념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미 군 당국이 추진해 온 군사 공급망의 ‘프렌드 쇼어링’과 연관이 있다. 이는 인태 지역 내 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공급망을 활용해 군사 정비 거점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중·러 등 견제 세력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수 산업을 보호하고, 대만해협 유사시와 같이 역내 분쟁이 발생했을 땐 미 본토까지 자산을 보내지 않고 동맹국에서 미군 자산의 정비·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는 주일미군 자산이 한반도에서 정비를 받고, 반대로 주한미군 자산을 일본에서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비 망(網)을 구축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브런슨 사령관은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도 (미국의 지대공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과 같은 체계에 대한 공동 유지 보수, T-55 항공기 엔진 정비와 관련해 미국과 협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 본토의 능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작전 지역을 정비하는 동시에 (백업 차원의)‘전략적 중복성’이라는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다.
이는 한국과의 MRO 협력이 군수지원함 등 미 해군의 함정 분야를 넘어 지상 전력 정비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실제 미 측은 향후 패트리엇 외에도 미 육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드론 등 지상 무기로 정비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미 국내법상 미군의 무기 체계에 대해 한국 측에 정비를 맡기려면 미 의회의 특별 승인이 필요하다. 브런슨 사령관의 이번 발언은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차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