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USB는?” 中직원 말에 걸렸다…세계1위 반도체 기술도둑 정체 ①

중앙일보

2026.04.23 13:00 2026.04.26 01:0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화. 사라진 USB


‘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 반도체 기술 중국 유출 사건 전말
손가락만 한 USB 하나가 세계 1위 반도체 부품 기업을 흔들었다. 피해 회사는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 부품인 ‘캐필러리’ 시장의 약 70%를 점유한 한국 업체다. 수백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제품의 핵심 기술이 내부 직원을 통해 중국 경쟁 기업으로 빠져 나갔다.

이 사건은 한 회사 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 반도체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긴급 체포 후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팩트: 이것이 팩트다’ 취재팀은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캐필러리’ 기술 유출 사건의 내막을 3회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1화. ‘사라진 USB’는 업체 전직 공장장이 기밀을 빼돌린 수법과 중국 기업에 자료를 넘긴 과정을 추적했다. 2화. ‘공범’에선 또다른 회사 내부자들이 조직적으로 기밀 자료를 빼돌린 정황을, 3화 ‘중국의 검은 손’은 중국 경쟁사의 추격과 기술 유출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던지는 의미를 짚는다.

2026년 4월 8일 오후 5시 2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318호 법정.

피고인 K는 반듯해 보였다. 연두색 수형복은 다린 듯 빳빳했다. 1981년생, 마흔다섯. 머리는 단정했고 정수리에는 새치가 많았다.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 각진 턱선, 마른 체형. 지하철역 출구나 회사 복도에서 스쳐 지나갈 법한 흔한 40대 남성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평범함은 다른 얼굴로 바뀌었다.

재판장이 K를 증인석으로 불러 세웠다.

" 피고인이 USB에 저장한 파일이 단 한 건도 없습니까? 여러 건이 있는데 피고인이 저장한 건 하나도 없단 말입니까?(판사) "

" 네, 없었습니다.(피고인 K) "

재판장은 서류를 다시 살폈다.

" USB 사용하면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본 게 없습니까? "

" 폴더가 몇 개 있었는데 주로 엔지니어들이 사용했고,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K의 표정은 방청석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에 들어온 건 그의 귀였다. 답변이 길어질수록 K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말은 뻔뻔했고, 그 뻔뻔함으로 자신을 납득시키려는 듯 했다.

K는 '캐필러리' 생산 세계 1위인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통째로 넘기려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K는 USB 안 파일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자신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로 판사의 질문을 빠져나갔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 회사 측 변호인은 법정을 나오며 코웃음을 쳤다.

" 저 사람 입만 열면 거짓말이네요. "
K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정보가 담긴 USB를 중국 경쟁 기업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사건 USB는 아님)

K는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정보가 담긴 USB를 중국 경쟁 기업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사건 USB는 아님)


K의 말은 어디까지 사실인가. USB 안에 든 파일은 무엇이었나. 유출은 어떻게 이뤄졌고 이로 인해 기업은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중국 기업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K의 사건은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 전말을 추적하기 위해 취재팀은 K에 대한 수사기록과 그의 진술 일체, 피해 회사의 조사 자료, 공판 기록, 유출 과정을 검토하고 법정에서 진술한 증인과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청취했다. .

그 과정에서 기술 유출에 피눈물을 흘리는 피해 업체의 고통을 목도했다. 지난 10여 년간 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어 세계 부품 시장 70%를 장악한 국내 반도체 기업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더 뼈아픈 건 견고한 성벽을 허문 것이 외부의 공격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문을 열어준 ‘믿었던 회사 직원’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사건은 1년 전 K가 회사 부품 뒷거래 문제로 회사의 조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유출의 시작은 퇴사 처리

2025년 2월 K는 한국 반도체 부품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장이었다. 2007년 입사해 기술팀 엔지니어를 거쳐 2021년 중국 공장 책임자가 됐다. 배신의 싹은 중국에서 자랐다. 회사 내부 감사에서 K의 중국 공장 부품 뒷돈 거래 정황이 발각됐다. 회사는 K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그런데 코너에 몰린 K에게 중국의 경쟁 업체가 손을 내밀었다. ‘독이 든 성배’였다.

(계속)

※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URL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340억 USB’ 들고 튄 공장장, 中에 반도체 1위 기술 넘겼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2771




박성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