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22만9500원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기록한 23일 오전, 한 증권앱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7.88포인트(0.9%) 오른 6475.81에 마감하며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에는 역대 처음으로 6500선도 돌파했다.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사자’가 몰렸다. 이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3.22%, 0.16% 오른 122만5000원, 22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치솟고 있다. 투자자들은 전쟁 충격에는 점차 무뎌지고,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기업 실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실적 기대는 어느 정도 알려진 재료였다는 점에서, 지수를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의 강한 확신이 자리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도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4514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순매수) 지수를 더 밀어 올렸다. 외국인은 538억원, 기관은 3296억원 매도 우위였다. 개인은 전쟁 속 불확실성 속에 반도체주 등에 집단적 충성심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와 관련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트)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각각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 주주들이 충성심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이날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주제로 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투자자는 최 회장의 사진과 함께 ‘사고, 물 타고, 기도하라’고 쓰인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올리며 “하멘(하이닉스+아멘)”이라고 썼다. 또 다른 투자자는 이 회장의 사진을 올리며 “가족은 파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전자”라고 썼다. 한 개인 투자자가 이 회장의 사진과 함께 올린 “설명할 시간이 없어 어서 타”란 글에 다른 투자자는 “형 바로 탈게요”라며 호응했다. 의구심을 접고 계속 매수하라는 메시지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친구와 만나도 요즘 주식 얘기를 많이 한다. 하나의 문화·게임처럼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투자 문화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학습효과가 자리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져도 결국 반도체 등 대형주는 다시 올랐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악재가 나와도 ‘버티면 오른다’는 인식이 강화됐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 주주 이모(35)씨는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가 하루에 7%, 9%씩 떨어질 때는 공포가 상당했는데 올해 연초 11거래일 연속 오르는 경험을 한 뒤로는 ‘고통만큼의 보답이 주어진다’는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팔지 말고 사야 한다는 메시지의 밈(Meme)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의 상승세가 실적 기대를 반영한 측면이 있더라도,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과열된 심리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 등 지표들은 통상 주식시장과 다른 방향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누군가는 잘못된 방향성에 베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